[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vs "전 회장의 잘못을 현 경영진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
전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우리은행 경영진에게 한 작심발언이다. 후자는 지난 28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관련 사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이사회의 입장이다.
'책임'이라는 말은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를 뜻한다. 기본적으로 일이 잘못 됐을 때 누군가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기에 굉장한 무게감을 담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의 구분이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볼 때, 도의적 책임이 법적 책임의 하위 개념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책임질 일도 없다는 식이다.
도의적 책임과 법적인 책임은 나눠야 한다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고 리더로서 책임질 일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닐테다. 오히려 "법적으론 책임이 없다고 판명 났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라는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도의적 책임은 자기 행위가 법적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행위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양심 또는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 책임이다.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보자. 100억원대를 훌쩍 넘는 횡령 사고는 물론,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라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전임 회장 고문 위촉과 내부통제 책임 배제 등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지주와 은행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날 선 비판을 던졌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선 전 회장의 과거에 대해 현 경영진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거취에 대한 공을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금감원에게 돌렸다. 수사와 조사 결과 경영진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라는 것.
이는 돌려 말하면 법적 책임을 질 일이 없다면 경영진에게 문제 삼지 않겠단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도의적 책임도 면할 명분을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은행 수익의 근간이 고객 예금이라는 점에서 은행은 어떤 조직보다 청렴결백해야 하며, 윤리경영의 모범이 돼야 할 테다. 도의적 책임이 양심 또는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 책임을 말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은행 경영진들은 도의적 책임의 측면에서 사태의 위중함과 위기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책임의 공을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지주와 은행 경영진에게 넘기고 싶다. 임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공론화된 뒤인 지난달 12일 긴급 임원회의를 통해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했었다. 과연 '절박한 심정'으로 '거듭' 사과한다던 임 회장의 도의적 책임감은 얼마나 무거울지 궁금해진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