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전대미문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유발한 티몬이 뒤늦은 쇄신에 나섰다. 그 동안 모기업인 큐텐이 장악해왔던 재무와 자금 그리고 결제조직 등을 내재화해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확립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겠다는 자구책으로 읽힌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 시점에도 관련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장의 피해 구제 방안은 도외시한 채 기업의 보전만을 위한 대처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미정산금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대금을 못 받은 업체 수도 5만여 곳에 육박한다. 이는 앞서 유사했던 '머지포인트 사태'와 비교해도 10배 이상 피해 규모가 크다.
하지만 티몬은 이달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고 오히려 피해 수습은 정부와 PG사(전저결제대행업체), 거래 피해기업 등이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티몬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과 경영부실 등이 누적되며 자금경색이 불거졌고 이를 판매대금을 돌려 막는 방식으로 수습해왔다. 이에 더해 사태 발발 직전까지 내부적으로 유동성 위기임을 인지했음에도 대규모 상품권 할인 등을 통해 일시적인 자금난 해결에 나선 부분 역시 피해 규모를 더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못한다.
결국 티몬이 내건 자구책은 그 실효성이나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인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시장의 지배적사업자 지위 남용 등 독과점 문제 규율(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법)에 무게를 실어왔다. 최근 쿠팡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도 그 연장선상의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갑을관계 관련 규율(온라인플랫폼법)은 원칙적으로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티몬이 자체적으로 결제대금 정산기간을 늦추고 판매대금을 돌려서 막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할 수 있었던 부분도 정부의 느슨한 감시망과 함께 규제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수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경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율경쟁을 침해한다는 명분 아래 플랫폼기업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다면 또 다른 소비자 피해가 불거지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개별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포괄적인 제도적 정비가 조속히 이뤄지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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