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수익성은 감소하는 가운데 차입금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향후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과 도시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확대로 인해 사업비 지출이 더욱 늘어나면 차입금이 더 증가할 여지가 크다. 다만 LH는 손실보전대상사업의 비중이 크고 정부의 꾸준한 유상증자 등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어 신용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LH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차입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 펜데민 시작 연도인 2020년 LH의 차입금은 68조8749억원이었으나, 2021년 75조2511억원, 2022년 81조6491억원 등 매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88조336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차입금을 기록했다.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면 금융비용 증가로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친다.
LH는 2020년 차입금의존도가 37.2%였으나 2021년 37.3%, 2022년 38.2%로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에는 39.6%로 40%에 근접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3기 신도시 및 공공 부문의 사업비 지출을 위한 차입금이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매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이기는 하나 공공부문의 비중에 따라 손실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LH는 3개의 사업별 영역을 나눠 구분회계를 수행하고 있다. 각각 ▲손실보전대상사업 ▲토지은행 ▲일반사업 등이다.
손실보전대상사업은 다시 ▲공공주택사업 ▲산업단지개발 ▲공공주택관리 ▲행정복합도시건설 ▲혁신도시개발 등 5개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관리를 맡으면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도 손실보전대상사업은 매출액 8조6100억원,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 및 세금을 공제한 EBIT는 마이너스(-)1조455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도시·택지개발을 수행하는 일반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5조1528억원에 EBIT 1조499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LH의 총 매출 13조8840억원, EBIT 437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손실보전사업의 손실을 일반사업이 메꾸는 형태로 마무리돼 이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재무건전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공적영역보다 일반사업부문을 늘려야 하지만 이 역시 원가율과 금리 상승 등 시장환경의 변화로 쉽지 않은 상태다.
LH가 올해 6월 20일 진행한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 있다. LH는 이날 중장기재무관리에 관한 안건을 다루면서 2028년 부채비율을 238%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의 중장기재무관리에서 2027년 목표치로 제시한 208%보다 30%p(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사회에서는 정책사업 물량 달성에만 매몰될 경우 장기적으로 부채비율 증가 우려가 있으므로 시장상황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LH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위기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우선 재무적 지원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차입금이 후순위채로 전환돼 실질적인 차입부담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택도시기금 46조4000억원이 있다. 이는 LH 전체 차입금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또한 정부를 통해 매년 3조원 내외의 유상증자 대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도 재무 위기를 방어하는 안전장치다. 최근 3년간을 살펴보면 2021년 3조6533억원, 2022년 3조6065억원, 2023년 2조7987억원 등 꾸준한 정부의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LH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도 LH의 공적 기능을 위해 부채비율의 적용 완화 움직임이 있다"며 "3기 신도시의 빠른 조성으로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힘써야 하는 만큼 차입금이 다소 늘더라도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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