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세계건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모 회사채(사모채) 시장 문을 연신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공모 회사채(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데다 올해 상반기 정기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겹치면서 공모시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요예측 미매각 이어 등급 하향 조정…조달 전략 변경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9일 총 5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과 2년3개월 만기로 구성됐고, 금리는 각 연 7.3%, 7.4%다. 주관업무는 유진투자증권이 맡았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사모채 시장에 3번 들러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구체적으로 ▲1월 1000억원 ▲4월 500억원 ▲7월 500억원 등이다. 마련한 자금은 전부 사업 운영을 위해 사용됐거나 사용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건 신세계건설이 그동안 공모채 시장에 한차례도 나서지 않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신세계건설은 공모채 시장에 처음 데뷔했다. 8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공모 희망금리를 6.1~7.1%로 비교적 높게 제시했음에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등 투심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공모채 시장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시면서 필요한 자금을 사모채 시장에서 마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며 크레딧 리스크까지 커졌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연이어 신세계건설 등급을 'A0'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지속된 영업적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위험성 등을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통상 채권 시장에서는 등급 하향 이슈는 투심이 크게 위축된다는 이유에서 공모채 발행을 미루는 요소로 평가된다.
김상수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영업적자, 분양실적 부진과 PF우발채무 위험 등을 고려하여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며 "계열사 합병, 레저부문 매각, 모회사 신용보강을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계열 차원의 재무적 지원 방안이 구체화된 점을 감안해 등급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가산금리…회사채 만기 대응은
신세계건설의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조달비용도 치솟는 모습이다. 이번 사모채 금리(7.3~7.4%)는 지난해 3월 공모채 발행 당시 금리(7.1%)보다 20bp~30bp(1bp=0.01%포인트) 높아졌다.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보다 2노치(notch) 낮은 BBB0 등급의 2년물 등급민평금리도 7.4%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세계건설의 이번 발행금리는 2노치 등급 강등 수준으로 가산금리가 요구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건설로서는 조달비용이 커지더라도 외부 차입을 지속해야한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자체 상환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510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12월 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500억원)과 1년 내 만기도래 회사채(800억원)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보다 신용등급이 2노치 높은 롯데건설(A+)도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절반의 수요만 모을 수 있었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에 채권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도 선별적 수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건설의 경우 최근 지속된 적자와 PF 리스크 우려로 등급 하향 이슈가 불거진 만큼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결정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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