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여겨지던 주요 금융지주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자본정책의 우선순위를 주주환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에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데다 인수합병(M&A)의 경우 자본정책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요 금융지주는 당분간 '신중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롯데손보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손해보험 부문이 약한 탓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혔으나 실사까지 진행하고 본입찰에서 발을 뺀 뒤로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과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신한EZ손해보험(2022년)과 하나손해보험(2020년)을 출범했으나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금융지주는 롯데손보 대주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인수 후보이기도 하다. 롯데손보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하기 전 JKL파트너스는 매각을 위해 두 금융지주와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롯데손보 인수전 참전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JKL파트너스의 속내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투자금융업계에서는 롯데손보 본입찰에 우리금융은 물론 해외 사모펀드 등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금융지주를 배제하면 JKL파트너스가 기대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자본정책의 초점을 주주환원에 맞추고 있어 당분간 M&A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두 금융지주 모두 주주환원에 앞서 CET1비율 13% 이상 유지를 전제로 삼고 있다. 보험사 인수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면 CET1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CET1비율은 보통주 발행으로 조달한 자본금, 잉여금 등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모두 3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재원은 물론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자회사 출자 여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보험사 인수합병은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앞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 26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눈길을 끄는 건 두 금융지주 모두 자본정책의 우선순위를 주주환원에 두면서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 등과 관련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CET1비율 13% 이상을 유지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앞으로 3년 동안 자사주 5000만주를 소각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는데 여기에는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기존 CET1비율에 따른 주주환원 원칙을 재확인했다. CET1비율 13~13.5% 구간에서는 전년 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CET1비율이 13.5%를 넘으면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하나금융의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도 50%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최대한 빨리 매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당장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좀 더 유연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당장 팔아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본입찰까지 실시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이달 중순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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