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해운업 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일감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 석유화학 부문이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만큼 해당 물량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호실적과 미래 성장성 증명이 중요하다는 점도 신사업 결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 해운업 진출 공식화…코로나 이후 해상운송 '눈독'
3일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5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글로벌 물류 공급망 경쟁력 제고·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을 통한 친환경 해상운송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노골적으로 해운업에 관심을 보인 만큼 예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세계 각국의 항공편 운항이 중단된 데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 해상운임이 급등한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20년 해상을 활용한 국제특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1년에는 HMM,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롯데정밀화학 등 6개사와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벙커링(선박 연료로 주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다만 해상특송 사업의 경우 자체 보유 선박이 없는 만큼 인천항과 중국 무역항을 운항하는 카페리를 활용했으며, 그린 암모니아 컨소의 경우도 선박 운송은 HMM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 MOU는 3년 전과는 결이 다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직접 선박을 인수·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상운송은 해운업체들이 책임지고 있지만, 전체 물류 과정의 한 부분에 불과할 뿐 아니라 통관과 육상운송 등으로 연계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 롯데케미칼 등 그룹사 물량 확보 전략…대기업 후광도 기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자가수송 결단을 내릴 수 있던 주된 배경에는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안정적인 그룹사 일감에 기반해 호실적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 사업(LC타이탄, LCUAS, 롯데지에스화학) ▲첨단소재 사업 ▲정밀화학 사업 ▲전지소재 사업(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을 영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19조9646억원)의 63% 가량인 12조5496억원을 원재료 매입 비용으로 썼다. 특히 원재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터라 통상 매출의 4~5% 가량을 운송비로 지출 중이다. 같은 기간 운반보관비용으로는 약 6470억원(판관비+매출원가)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이 연간 암모니아 유통량이 90만톤(t)으로 단일 업체 기준 아시아 1위, 세계 3위의 암모니아 유통업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도입 선박으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특정했다는 점에서 해당 물량의 절대 다수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그룹 석유화학 물량 전량을 취급한다고 가정하면 이 회사 연간 매출은 단숨에 4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대기업이라는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만큼 해운시장 안착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년 IPO 추진, 안정적 사업성과 필수…해운업계 반발 '걸림돌'
일각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물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성공적인 IPO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2대 주주인 엘엘에이치(LLH)가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고, 이 경우 롯데그룹이 엘엘에이치가 보유한 주식과 신주인수권을 비싸게 되사야 하기 때문이다.
IPO 조건으로는 매출과 이익, 재무 현황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명확해야 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우선 암모니아 운반으로 해운업을 시작하지만,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으로의 사업 확대는 예고된 수순"이라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추후 그룹사 거래를 넘어 3자해상물류 영역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해운업계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대형화주 계열사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전문 해운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국해운협회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해운업 진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들어오면서 기존 업계의 교란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해운법에 명시되지 않는 대량화물 기준에 암모니아, 에탄올 등의 친환경 대체 연료를 포함하는 해운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해운업 관련한 추가 진행 상황이나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