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보험업 재진출을 노리는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에서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으로 눈을 돌리면서 보험업계 대형 M&A(인수합병) 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간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해왔지만 적정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 불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롯데손보 인수 본입찰을 목전에 두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점도 성사 가능성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다자보험그룹과 인수 협의를 위한 비구속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4월 롯데손보 예비입찰에 나서면서 보험사 인수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5월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를 약 한 달여 간 진행하며 인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왔다.
롯데손보의 본입찰은 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매물 검토에 나섰다는 점은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 결과가 우리금융이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수 후 상위권 손보사로 도약할 수 있을 만큼 성장력이 크지 않다고 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보험이 70%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롯데손보는 퇴직연금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라며 "장기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격도 롯데손보 인수의 걸림돌이다.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의 매각 희망가는 최소 2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 수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동양생명·ABL생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맞춰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실사도 진행되지 않은 초기 단계지만 동양생명 역시 우량매물로 평가받는 만큼 가격대만 잘 조율된다면 인수 역시 신속하게 성사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당초 다자보험은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순차적으로 매각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중국당국의 다자보험 민영화 추진에 따라 해외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 압박이 커지자 패키지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속한 매각을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사모펀드와 달리 인수자 입장에서 더 적정 수준의 가격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역시 두 생보사 인수를 두고 다자보험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된 가격은 1조원 중반대로 관측되는 만큼 1조원 후반대나 2조원 수준이면 다자보험측도 충분히 매각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말 기준 동양생명 32조4402억원, ABL생명 17조4707억원으로 패키지 인수가 성사되면 우리금융은 단번에 50조원 규모의 대형 생보사를 갖게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과거부터 여러번 M&A 시장에 이름을 올렸던 인기 매물로 꼽힌다. 동양베네피트생명이 전신인 동양생명은 2010년 최대주주로 오른 국내 사모펀드(PEF) 보고펀드가 2011년말부터 매각을 추진하며 M&A 시장에 나왔다. 2012년 한화생명과 인수 협상이 무산된 이후 다시 매각을 재추진해 2015년 중국 안방보험 산하로 들어가게 됐다. 이후 2018년 안방보험이 파산하면서 현재는 다자보험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ABL생명의 출발점은 제일생명이다. 1999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에 인수된 후 2002년부터 알리안츠생명을 사명으로 내걸었다. 이후 2017년 안방보험이 인수해 지금의 ABL생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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