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올해 첫 보험업계 대형 M&A(인수합병)로 관심이 집중됐던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상적인 인수자로 기대를 모았던 우리금융지주가 결국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대신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우리금융의 인수전 참여 무산은 적정가격을 두고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게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본입찰에 참여한 만큼 매각 일정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번 우리금융의 불참이 향후 가격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진행된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에는 외국계 투자사 2곳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열렸던 예비입찰에서는 블랙스톤, 블랙록,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등이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전 불참을 확정했다.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지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협의를 위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롯데손보와 동양생명은 현재 매물로 나온 손보사와 생보사 중 가장 우량한 알짜매물로 통한다. 생보업계보다 손보업계의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만큼 양사를 비교했을 때 롯데손보가 매물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았다. 우리금융 역시 예비입찰에 이어 실사까지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롯데손보 인수에 힘을 쏟는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우리금융이 인수 목표를 전격적으로 바꾼 것은 이전부터 걸림돌로 제기됐던 롯데손보의 매각가를 두고 해결점을 찾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최소 2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은 그 수준의 금액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 4월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인수여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기도 했다.
롯데손보 내부적으로는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분위기였다. 사업적으로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을 통해 다른 계열사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단기 성과 위주의 사모펀드 체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도 이번 본입찰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같은 상황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금융이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롯데손보의 매각 절차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본입찰 참여사와 협의 과정을 거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원매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이 어떻게 맞춰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로 비싼 가격을 꼽은 만큼 향후 가격 협상에서 JKL파트너스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만큼 향후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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