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쏴랑해요. 예뻐요". 이달 10일 하이트진로 기자단이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를 걷자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쏟아졌다. '따히엔 맥주거리'는 하노이의 대표 호수인 호안끼엠 호수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명한 야시장이다. 당일 저녁에 방문한 따히엔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후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힙지로(을지로 야장맛집)'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술 소비량이 많은 국가다. 소비 주류의 70~80%는 맥주다. 날이 더운 데다 가격도 저렴해 맥주 소비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소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사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녹색병을 마시고 있는 현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단이 사진을 찍자 소주를 연거푸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좁은 거리에 두꺼비 인형과 판촉원들이 열띤 판촉행사를 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따히엔 맥주거리를 걷다보면 '진로BBQ' 식당을 마주할 수 있다. 진로BBQ는 베트남 MZ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한국식 고기집이다. 식당으로 들어가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곳은 한국인 김광욱(43)씨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하노이에서 이 곳을 포함해 총 4곳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김 씨는 "이 매장의 경우 관광지에 있어서 베트남 현지인 50%, 나머지 50%고 로컬지역에 있는 곳은 99% 이상 현지인들이 온다"며 "젊은 여성고객이 대다수로 80% 이상이 과일소주를 먹는다"고 말했다. 전체 매장의 하루 방문객 수는 300~400명 정도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한국소주를 즐겨찾는 데에는 K-한류 위력이 느껴졌다. 그는 "SNS를 하는 젊은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본인이 이런 식당에 오면 친근하게 느껴 좋아하신다"며 "K드라마 등을 많이 보다 보니 소맥 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진로BBQ 같은 식당에서 먹는 소주 가격은 13만동(원화 7000원) 정도다. 베트남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꽤나 비싼 축이다. 베트남 국민 1인당 월 평균소득은 우리 돈으로 30만원대에 불과하다. 김 씨는 "저희 가게 오시는 분들은 1인당 소비액을 3~4만원까지 쓴다"며 "그 정도를 하노이에서 소비하는 분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날 진로BBQ를 찾은 땀(Ms Thắm. 21) 씨는 "친구 생일이라 모여서 축하하러 왔다"며 "원래 과일소주를 좋아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마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친구와 같이 먹고 마트에서 사서 집에서 마시기도 한다"고 밝혔다.
현지 마트에 가보니 진로 소주 라인업이 매대에 보기좋게 배치돼 있었다. 당시 찾은 후지 마트는 하노이에 총 11개 매장이 있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1병당 가격은 식당의 절반 수준(6만5000동, 원화 3523원)이다. 베트남 북부 관리마케팅 팀장은 "매달 약 300병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며 "청포도, 딸기, 복숭아 순으로 많이 판매된다"고 했다.
다만 소주의 경우 아직 현지에 안착하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맥주 판매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당 마트 주류 판매의 95% 이상이 맥주라고 한다. 하이트진로 주류 제품은 3% 정도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 북부 관리마케팅 팀장은 "맥주 가격대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소주가 아직은 어려운 시장"이라며 "진로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격대도 좀 높은 편인데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100주년을 맞은 올해 또 한 번 대도약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소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주축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계 주류시장의 중심이 되겠다는 '글로벌 비전 2030'를 발표했다. 2030년 소주 해외판매량을 5억1000만병, 소주 해외 매출로만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올해 예상판매량(1억8600만병)과 해외매출(1585억원)보다 약 3배가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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