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 쿠페가 복원 프로젝트에 따라 49년 만에 다시 세상 밖을 나왔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한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는 헤리티드 브랜드 플랫폼이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현대차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모델이다.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공개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내 공간은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대시보드가 어느 차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으며, 대시보드와 실내 트림 색상을 분리해 지금 보아도 세련된 감성을 선사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수출 전략 차종으로 양산 직전까지 갔지만, 석유 파동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생산까지 이르지 못했다. 또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며 한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1970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동차를 국가 중추 산업으로 키운 고(故) 정주영 선대 회장의 정신을 잇고, 포니 쿠페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했던 당시 임직원들을 되짚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이번 작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 파브리지오 주지아로가 맡았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을 디자인했다.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이탈리아, 한국을 비롯해 포니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동화 전환 시대에 과거로부터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살피는 것은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현대 리유니온을 비롯한 다양한 헤리티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현대차의 다양한 과거 유산이 미래의 혁신과 융합될 때 유서 깊은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현장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과 여기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 'N 비전 74'도 공개했다. 회사는 19~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클래식카·콘셉트카 전시회인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빌라 데스테)에 'N 비전 74'를 최초로 출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