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글로벌세아그룹이 조만간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 5조원)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웅기 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글로벌세아가 '재벌그룹' 반열에 오른 만큼 김 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당국의 관리감독이 한층 강화되는 까닭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자산 5조원을 돌파할 시 규정에 따라 ▲임원·이사회 현황 ▲주식소유현황 ▲특수관계자 거래현황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신규 규제는 거버넌스,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감시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그룹사 지배구조나 그룹사 간 내부거래 개선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재계는 글로벌세아그룹이 김웅기 회장의 두 딸들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해왔단 점에서 감독당국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5조 돌파, 태림페이퍼 기업가치에 달려
글로벌세아그룹의 2020년 말 기준 자산 규모는 3조9064억원으로, 준대기업집단까지 1조1000억원 가량 여유가 있다. 하지만 올해 혹은 내년에는 5조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9년에 인수한 태림페이퍼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서다.
골판지 생산업체인 태림페이퍼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대면, 온택트 소비 확산으로 인해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제고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봐도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419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88% 급증한 787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세아그룹 역시 준대기업집단 입성이 가시화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공시기업집단에 지정될 수 있다고 본다"며 "만약 지정이 된다면 그룹이 준수해야 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에 따른 내부거래, 큰 문젠 없을 듯
재계는 준대기업집단 지정이 글로벌세아의 사업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그룹사 간 내부거래액 대부분이 수직계열화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다.
예컨대 세아상역은 글로벌 의류브랜드로부터 받은 OEM 일감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에 소재한 자회사들에게 나눠주고 이들에게 가공비를 지출하고 있다. 세아상역이 2020년에 자회사에 지급한 비용 4310억원 가운데 3011억원이 이러한 외주가공비 명목으로 쓰였다.
최근 편입된 태림페이퍼 계열도 마찬가지다. 골판지를 제조하는 태림페이퍼가 이를 완성재로 만드는 태림포장에 납품하는 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수직계열화 또는 SI(시스템통합)계열의 내부거래 매출은 공정위에서도 크게 문제 시 하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수직계열화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생산비가 저렴한 외국법인을 설립하지 말란 얘기나 다름없어 기업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 2세 '실적 몰아주기'는 부담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둔 글로벌세아의 불안요소로는 오너일가 사익편취 의혹이 꼽히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수년간 2세의 개인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 이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겼는데 공정위가 이를 사익편취로 판단할 경우 법적 제재도 받을 수 있다.
실제 오너 2세 김세연 씨의 경우 굵직한 고객사들을 보유한 세아상역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수백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세연 씨의 개인 회사였던 세아아인스가 세아상역으로부터 고객사 일감을 공유 받아 덩치를 키운 뒤 세아상역에 합병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세라씨는 단숨에 세아상역 2대주주에 올라서며 백억원대 배당수익을 누리고 있다.
세연 씨와 자매지간인 세라 씨는 현재도 그룹사 일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세라 씨는 커피전문점 및 음료도매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개인회사 '태범'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곳은 이익의 대부분을 그룹사를 통해 올리고 있어서다. 2020년의 경우 총매출(26억원)가운데 44.1%(11억원)를 글로벌세아, 세아상역 등 김웅기 회장 계열회사로부터 벌어들인 덕에 9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글로벌세아그룹사는 세라 씨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오고 있단 의혹도 사고 있다. 카페 운영기업이 매년 30%가 넘나드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카페브랜드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좋다고 여겨지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조차 이 기간 영업이익률이 8.5%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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