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사진) 일가가 그룹 내 비상장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염 회장 등이 상장회사인 신성통상 일반주주의 이익 증대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개인회사를 통해 본인들의 잇속만 챙겼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방 수출업체 가나안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전년 대비 233.7% 증액된 200억원의 결산배당을 의결했다.

배당 대부분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일가로 향했다. 먼저 염 회장의 배당수익은 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억원 늘었고, 그의 아들이자 가나안 최대주주인 염상원씨는 165억원으로 116억원이나 늘었다. 아울러 가나안과 상호출자 관계에 있는 그룹사 에이션패션도 전년(4억원) 대비 11억원 늘어난 15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염씨 일가는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 에이션패션 덕도 톡톡히 봤다. 6월 결산법인인 에이션패션이 지난 9월 말 1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면서 회사 1·2대 주주인 염 회장(53.3%)과 가나안(46.5%)이 사실상 배당을 독점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의 배당 증액 자체는 정상적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호실적을 낸 만큼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눈다는 주식회사의 취지와 부합하는 까닭이다.

우선 가나안의 경우 가방수출 호조, 계열회사 에이션패션·신성통상의 실적 향상 등에 따라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580.5% 폭증한 825억원에 달했다. 배당확대로 다량의 현금을 유출하긴 했지만 사내유보금(미처분이익잉여금) 규모도 전년보다 700억원 늘어나 재무안정성 역시 일부 개선됐다. 

에이션패션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의류 브랜드 '폴햄'과 '프로젝트엠'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2022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에 전년 대비 480.3% 늘어난 2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선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신성통상만 배당 잔치에서 빠진 건 옥에 티란 반응 일색이다. 신성통상 역시 2022 회계연도 사상 최대 순이익(766억원)을 기록한 반면 가나안·에이션패션과 달리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등한시 했단 이유에서다. 

아울러 1일 종가기준 신성통상 주가(2440원)는 최근 1년 간 최고가(4260원) 대비 42.7% 빠져 있는 상태다. 이에 주주들은 회사가 중간배당 및 자사주매입·소각 프로그램 실시 등 주주가치제고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당과 관련해 신성통상 측은 회사 내부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3 회계연도 1분기(2022년 7월~9월)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44.5%에 달하는 만큼 재무건전성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회사 관계자는 "2022 회계연도에 수익성이 향상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재무구조가 취약한 만큼 배당으로 현금을 유출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