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의 꾸준한 건전성 관리와 낮은 기준금리 등이 이 같은 결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를 실시한 영향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65%로 지난 6월 말 대비 0.06%p 하락했다. 지난해 9월 말 대비로는 0.21%p 떨어졌다. 금감원이 3개월마다 은행 부실채권 비율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이 비율이 0.60%대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여신(고정이하여신)의 비중을 뜻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악화에도, 수치상으로는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기업여신 쪽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든 게 주효했다"며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는 기업들의 신용도가 올라갔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은행들도 꾸준히 우량 차주들 위주로 대출을 해주고 여신 관리에 들어간 게 건전성 향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9월 말 기업여신에서 차지하는 부실채권 규모는 12조원으로 지난 6월 말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부실채권 규모가 9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고려하면 기업여신 쪽 리스크 관리가 부실채권 비율 하락에 가장 크게 공헌한 셈이다.
또한, 지난 8월 말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금융회사에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도 은행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기준금리가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해, 역대 가장 낮은 0.50%를 현재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기란 쉽지 않다"며 "(대출)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기업들에 이자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들어 대출채권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부실채권 비율을 구할 때 분모가 덩달아 커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은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출채권이 큰 폭으로 늘어난 시점으로부터 약 1-2년 뒤에 은행 건전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는다면 과거와 같은 패턴을 보일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하는 대손충당금적립률(총 대손충당금/총 고정이하여신액)은 올해 9월 말 130.6%로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적립률이 100%를 넘으면 부실채권이 현실화해도 은행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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