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부장] 명동 기업자금시장에서는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관련 기업의 어음 할인문의 사례를 찾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련 기술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간혹 관련 기술기업의 할인 문의가 와도 대부분은 제조업과 겸업하는 기업이다.
이는 관련 기술기업의 특징 때문이다. 중소 기술기업의 자산은 인력과 사무실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무실도 대부분 임대다. 제조기업처럼 공장이나 설비가 없다. 업력이 짧은 신생 기술기업에는 신용도를 보강해줄 수 있는 트랙레코드도 부족하다.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관련 기술은 아직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음 할인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은행들은 전자어음 할인보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유도한다.
은행으로부터 당좌한도를 받은 구매기업이 은행을 지급장소로 전자어음을 발행하면 납품기업은 현금화를 위해 은행 등에 어음을 담보로 대출(어음할인)을 요청한다. 그러나 이때 은행은 구매기업 뿐만 아니고 납품기업의 신용도도 확인하는데 중소 기술기업은 담보자산을 갖고 있지 않거나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은행은 당좌한도를 부여한 구매기업의 신용도만 고려해 납품기업에 대출하는 외담대로 유도한다. 외담대는 만기일에 구매기업으로부터 받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전자어음은 만기일까지 갚지 않으면 부도 처리되지만 외담대는 대출금 연체로 분류되는 것도 은행이 외담대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은행의 태도는 명동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명동 시장 참가자들도 중소 기술업체의 전자어음 할인 문의를 받아줄 수 없는 것이다.
시장의 한 참가자는 "소위 기술만 가지고는 어음 할인을 문의해도 받아줄 수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해당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참가자는 "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시장이 혼탁한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덧붙였다.
다른 참가자는 "부동산 등 담보물이 있는 전통 제조업체를 선호하는 명동 시장의 보수성도 기술기업의 어음 할인 문의를 찾기 힘들게 하지만, 신생 기술기업 자체가 어음 자체에 부정적이라서 발행이나 거래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 기술기업에 대한 어음 할인이 이뤄져도 대부분 제조업체의 계열사이거나 담보 물건이 있는 경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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