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전격 문책했지만 관계자들은 관련자의 실언이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한 사실을 감추려는 꼬리자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 조단위 증자를 위해서는 비공식적인 사전 소통 관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무책임자의 발언이 실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전일 정원영 CFO(전무)를 대기발령 조치했는데 그는 최근 추진 중인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정 전무의 개인 책임을 지적하며 시장 혼선을 초래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로 그를 경질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전무의 발언은 사실이며 금융감독원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일 것을 우려한 한화 측이 이를 사전에 잠재우기 위해 개인에게 책임을 덮어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인사의 발단은 지난 3일 열린 주주 간담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정 전무는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감원에 사전 계획을 다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감독당국이 증자안을 심사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교감'이 있었다는 뉘앙스로 해석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금융감독원은 즉각 "사전 협의나 승인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회사 측에 소명을 요구했다.
한화솔루션은 하루 만인 5일 사과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CFO를 보직 해임하며 해당 발언이 개인의 실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차원의 책임이 아닌 '개인 리스크'로 선을 긋는 방식이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감독당국과의 사전 소통이 일정 부분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IB 관계자는 "증자의 경우 기업별 담당 심사역이 정해져 있어 공시 1~3일 전 주관사와 금감원이 주요 조건을 공유하는 경우가 일반적"며 "증자 규모, 비율, 대주주 참여 여부, 자금 사용 목적 등을 미리 질의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은 과거에도 언급된 바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 중점심사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증권사 본부장 간담회에서 "공시 전 사전 문의를 하면 중점심사 대상 여부 정도는 안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절차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전 점검' 성격의 소통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관계자는 "사전 협의라기보다 공시 전 검토 요청에 가깝다"면서도 "CFO 발언은 이 같은 비공식 관행을 그대로 노출한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언이라기보다 업계의 불문율을 어긴 데 따른 파장이라는 의미다.
이번 인사를 두고 회사와 감독당국이 동시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논란의 책임을 개인에게 한정함으로써 사안을 조기에 봉합하려 했다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금융감독원의 중점심사 결과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한 심사는 오는 10일 마감 기한을 맞는다. 당국이 정정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며 증자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자금 사용 목적의 적정성과 함께 주주 소통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자본 확충에 대해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이번 사안 역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정정 요구 여부에 따라 파장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별다른 제동 없이 증자가 진행될 경우 한화그룹에 대한 특혜 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정정 요구가 이뤄질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나 일정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해 기관과 일반주주를 상대로 증자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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