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RNA가 질병의 징후를 '예측'하는 지표라면 단백질은 질병이 일어나는 '현장' 그 자체다. 우리는 간접적인 추측을 넘어 단백체 분석을 통해 신약 효능의 실체를 증명한다."
신동명 오믹스AI 대표는 9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단백체 분석은 단순한 보조지표가 아닌 신약개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타깃 발굴과 약물 반응 분석을 위해 단백체 데이터 확보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오믹스AI는 단백질 기반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바이오 데이터 시장이 설계도인 유전체(DNA)와 중간 매개체인 RNA에 집중해 왔다면 오믹스AI는 생명 정보 흐름의 최종 단계인 단백질(Protein)에 주목했다. 인체 내 생명 정보는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되는데, DNA가 설계도라면 RNA는 전달자, 단백질은 실제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최종 실행자에 해당한다.
신 대표는 "RNA 발현량이 반드시 단백질의 활성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생명 활동의 실제 결과물인 단백체를 직접 분석해야 신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단백체 분석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샘플 하나를 분석하는 데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6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20억~4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분석 장비와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까지 필요해 연구 현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
오믹스AI는 이 난제를 '셀프 드라이빙 랩(Self-Driving Lab)'으로 정면 돌파했다. 물리적 실험 공정과 AI 분석 시스템을 결합해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자동화 단백체 분석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공정 자동화로 단백체 분석 비용을 크게 낮추고, 이는 그동안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던 단백체 연구 시장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험 인프라가 모듈화돼 있어 중국, 대만 등 해외에 동일한 분석 센터를 구축하기 쉽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믹스AI는 단순히 실험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AI 모델과 실험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성능을 개선하는 피드백 루프 구조를 구축했다. AI가 분석 과정에서 데이터 부족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을 발견하면 자동화된 실험실이 해당 데이터를 즉시 생산한다. 이후 이 데이터가 다시 AI 모델 학습에 반영된다.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회사는 '가상 세포 모델(Virtual Cell)'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 세포 모델이 완성되면 실제 실험 이전 단계에서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전임상 연구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 대표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물리적 실험과 AI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분석 기간을 기존 6주에서 2주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 역시 파격적인 수준으로 낮춰 데이터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오믹스AI는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단백체 분석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 AI 플랫폼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축적된 단백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디지털 바이오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병원 네트워크와 협력해 다양한 환자 샘플 기반 단백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 보건당국 용역사업 참여 및 주요 대학병원과의 MOU를 통해 양질의 환자 샘플 확보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 국립암센터와의 공동 연구 및 샘플 분석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서는 대만의 최대 벤더사인 MIC, 중국의 벤큐(BenQ) 그룹 산하 대형 병원 체인 등과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아시아 암 환자 단백체 지도' 완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유전체 데이터와 달리 단백체 데이터는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상 개인 식별 위험이 낮아 국가 간 이동과 공유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오믹스AI는 여기에 더해 데이터를 직접 전송하는 대신 현지에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학습시키는 '연합학습'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주권 문제를 원천 차단하면서도 글로벌 빅데이터를 자산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우리가 구축하는 단백체 지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할 때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나 이중항체(ADC) 같은 차세대 항암제 분야에서 우리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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