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방치형 게임 '메이플 키우기'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확률 표기 오류 및 은폐 여부와 고의성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과징금뿐 아니라 향후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첫 적용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액 환불 결정에도 현장 조사 착수…공정위, 전상법 위반 여부 집중 검토할듯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넥슨의 방치형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과 관련, 아이템 정보 표기에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건에 대해 상세하게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해당 게임에선 지난해 11월6일부터 12월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유료 아이템 '어빌리티'의 최대 수치가 등장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후속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별도 공지 없이 관련 오류를 수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초로 전액 환불 조치를 단행했다. 환불 대상은 게임 출시 직후 지난달 28일까지 결제한 금액 전액이다. 업계는 환불 규모를 1500억~2000억원대로 추산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 '메이플 키우기'를 담당했던 일부 직책자들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어 보직 해제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추가 조사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거래 행위에서 위법 소지가 있었는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확률을 조작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법 제21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상품 가격, 거래 조건, 확률 정보 등을 거짓·과장·기만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하거나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공정위 조사는 '고의성'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
◆이례적 조사 속도, '큐브' 확률 조작 과징금 취소 소송 변론기일 절차 가능성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공정위의 조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확률형 아이템 논란 발생 약 1~2개월 후 현장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선 공론화 약 5~6일 만에 조사관을 파견했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넥슨이 공정위와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논란에 대한 과징금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변론기일 준비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넥슨은 지난 2021년 '메이플스토리'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특정 능력치를 중복으로 뜨지 않도록 설정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당시 넥슨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행정6-3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27일 예정이었던 1심 선고를 지난달 28일로 한 차례 미뤘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추가 변론기일을 지정하면서 다시 연기됐다. 1심 선고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8일 이뤄질 예정이다.
법조계는 '메이플 키우기' 확률 조작 논란이 1심 선고일을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론기일을 추가 지정한 시점이 사태 발생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다.
통상 재판 과정에서 법리적인 검토가 보충돼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선고일을 연기한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당사자가 추가 제출해야 할 주장이나 증거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예정돼 있던 선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변론기일을 추가로 지정한다.
◆'유사 사태 반복' 과징금 부과 불가피…징벌적 손배제 적용 여부 쟁점
이번 사태가 넥슨의 과징금 취소 소송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부과됐던 과징금을 취소하는 사안에 대한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에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는 점에서다.
다만 넥슨의 후속 조치가 과징금 부과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산정 기준에는 이용자 피해 구제 보상 규모 및 절차, 방식이 포함되는데 넥슨의 경우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는 점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우 문화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넥슨의 경우 '메이플 키우기' 확률 조작 논란으로 같은 일이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판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며 "과징금 규모 검토 과정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고려하는데,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를 보인 점은 개선 의지로 참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쟁점은 공정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여부다. 업계는 넥슨의 후속 조치를 두고 징벌적 손배제 적용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보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개정안' 제33조의2에 따르면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은폐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과거 KOG의 '그랜드 체이스 클래식'이나 웹젠 '뮤 아크엔젤' 사례와 같이 회사 차원에서 확률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과실 영역'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개발 과정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에 대한 회사의 개입 정도와 이용자 보상 규모가 징벌적 손배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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