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은 2026년을 기점으로 또 한 번의 분기점에 들어선다. 전통 강자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핵심 IP의 안정성과 신작 성과를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고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는 단일 IP 의존과 체질 전환이라는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3N2K 주요 게임사의 실적 구조, 신작 라인업, 전략적 전환 여부를 짚어보며 단기 흥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어디에서 나올지 2026년 게임업계를 조망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의존 탈피를 선언한 지 2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중심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고강도의 구조조정과 적자를 감내하며, 아이온2를 축으로 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러한 변화가 올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자체 결제 도입을 통한 비용 구조 조정과 수익 모델 재편이 맞물리며, 올해가 엔씨소프트의 턴어라운드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2025년 4분기 매출은 4019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 75억원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 위로금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다.
◆ 아이온2로 연 전환의 문…리니지 이후 체제 첫 시험대
2025년 엔씨소프트의 핵심은 단연 '아이온2'였다. 리니지 IP 매출 둔화와 TL(쓰론 앤 리버티) 부진 이후, 엔씨소프트는 2025년 11월19일 MMORPG 대작 아이온2를 출시하며 반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이온2는 과거 아이온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당시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요소를 언리얼엔진 5.3 기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며 리니지 이후 체제의 실질적 검증 무대로 설정했다.
시장에서는 아이온2를 리니지 이후 체제의 완성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검증하는 첫 시도로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 매출보다는 장기 라이브 서비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평가속에서도 아이온2는 단기적으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엔씨에 따르면 서비스 46일째인 지난 3일 기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이온2는 기존 리니지식 과금 모델과 거리를 두고 PC·멀티플랫폼 중심 구조를 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낮췄고, 실제 PC 결제 비중은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매출 증가를 넘어, 수익성 구조 자체가 개선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PC 결제 이용자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구조 역시 코어 유저의 결제 집중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아이온2 흥행의 성과도 성과지만 이 같은 결제 구조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온2가 엔씨의 새로운 방향성 검증 모델로서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엔씨의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 '아이온2' 이후 전략은…글로벌·장르 다변화
엔씨는 아이온2를 기점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총 네 종의 신작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지난 1일 엔씨는 '리니지 클래식'의 출시를 공개하며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 초창기 버전의 콘텐츠 구조와 게임성을 최대한 그대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엔씨는 MMORPG뿐 아니라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장르로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실제 엔씨는 '지스타 2025'에서는 콘솔 대표 IP를 MMORPG로 재해석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공개하며, 글로벌 AAA MMO 스튜디오로의 전환 의지를 드러냈다.
아이온2가 국내 중심의 반등 카드라면 호라이즌은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확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슈터·서브컬처·모바일 캐주얼 등 비MMORPG 장르로의 확장도 병행하며, '리니지 회사'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단일 IP와 단일 장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 애니메이션 액션 RPG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시작으로 미스틸게임즈의 PC·콘솔 타임 서바이벌 슈터 장르의 '타임 테이커즈'가 순차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또한 '지스타 2025'에서 아이온2와 함께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던 오픈월드 택티컬 슈터 '신더시티'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캐주얼로 외연 확장…새 캐시카우 실험
아울러 엔씨는 모바일 캐주얼 장르도 새로운 성장의 한 축으로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엔씨는 지난해 박병무 대표를 필두로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베트남의 '리후후'와 한국의 '스프링컴즈'를 인수하며 모바일 캐주얼 게임 사업 확장을 본격화 했다.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은 매년 7~10%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엔씨는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과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캐주얼 장르에 접목해, 변동성이 큰 MMORPG 매출을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구권에서 매출 확대가 두드러지는 만큼 새로운 캐시카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리후후 인수는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리후후는 아시아 지역의 캐주얼 개발 클러스터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비용 구조 개선·주주환원 병행
실적 부진 국면에서도 엔씨의 주주환원 기조는 유지됐다. 엔씨는 2008년 이후 순이익의 3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정책을 이어오고 있으며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현금배당 규모는 1조1119억원에 달한다. 2025년에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1.9%에 해당하는 41만주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밝히며 주주환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을 엔씨의 실적 정상화 구간으로 보고 있다. 아이온2의 매출 유지 여부와 PC 자체결제 확산 속도,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맞물릴 경우 영업이익률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흥행 IP 부재와 국내 MMORPG 의존도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2025년 엔씨는 외형 성장보다 체질 전환에 집중한 해였다. 아이온2를 통해 방향성의 윤곽을 드러냈고, 비용 구조와 수익 모델 손질에도 착수했다. 이 흐름 위에서 2026년은 아이온2 성과가 실질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엔씨가 리니지 이후 체제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2025년 한 해 동안 변화의 기틀을 마련해 서서히 성과가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장르의 자체 개발 신작과 퍼블리싱 타이틀을 앞세워 올해 새로운 도약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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