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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배터리까지…" 美 제조 생태계 구축
김정희 기자
2025.12.30 09:00:16
①생산·소재 아우른 공급망 내재화 전략…"판매 차량 80% 이상 현지에서 조달"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완성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공장과 제철소까지 구축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관세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북미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중국 시장으로 미뤄볼 때, 특정 시장에 대한 집중 전략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성장 축을 재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십조원을 투입해 현지화 생산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강·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미 본토에서 조달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조 밸류체인 전반을 미국에 구축해 관세 등 정책 변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정 회장의 내재화 행보가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동차 넘어 배터리·철강 현지에서 직접 생산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설비 확충을 위해 74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바이든 전대통령 방한에 맞춰 총 105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구축했으며,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정 회장의 미국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투자 규모를 더욱 키웠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21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미국 내 전체 자동차 생산량을 연 100만대에서 120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연 330만대 생산 규모의 한국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두 번째 핵심 생산국으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이번 투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자체 제철소 건립이다. 과거에는 주요 소재와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했지만, 앞으로는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전 공정을 미국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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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수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미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크앤텔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달러에서 2030년 1조6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 등 미국의 정치·통상 정책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생산 없이는 가격 경쟁력과 정책 대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을, 트럼프는 관세를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외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9월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해야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해외 투자 국가이자 핵심 사업 국가"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미국 시장에서 톱티어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현지 시장 경쟁력 확대 가속


정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대부분이 현지 생산 능력 확충에 집중돼 있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실적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 약 60만대에 불과했던 양사의 미국 판매량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라인업 확대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강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170만대까지 늘었다. 올해 1~10월에도 145만3617대를 판매하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판매 증가세는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03년 4%에 미치지 못했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5%로 확대됐고, 2022년에는 10.6%, 2023년에는 11%까지 올라섰다. 올해 역시 1~10월 누적 기준 점유율이 10%를 넘어 4년 연속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투싼, 싼타페 등의 출시를 고려하면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아 역시 텔루라이드 등 신차 투입과 스포티지·카니발 하이브리드의 물량 확대로 점유율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미국 시장 판매량 추이. (그래픽=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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