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스마트글래스가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이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사피엔반도체의 실적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과 미국 등 다양한 업체와 초기개발비(NRE) 계약을 체결한 만큼 내년부터 일부 양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2026년부터는 양산 매출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피엔반도체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피엔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 시스템 반도체(DDIC)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로, 차세대 마이크로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레도스(LEDos, LED on Silicon)에 최적화된 DDIC를 개발·납품하고 있다.
스마트글래스 산업은 일반적으로 ▲음성 기반의 AI 비서를 호출하는 1세대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증강현실(AR)이 가능한 2세대 ▲디스플레이와 인터페이스를 고도화해 공간컴퓨팅 기능까지 구현하는 3세대로 나뉜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은 대부분 1세대이며, 내년부터는 엘코스(LCoS), 올레도스(OLEDos), 일부 레도스를 활용한 2세대 제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세대에는 높은 휘도와 고화질 구현에 유리한 레도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타 역시 지난해 공개한 3세대 스마트글래스 '오라이언' 시제품에 레도스를 적용했다.
아직 양산 단계가 초기인 만큼 사피엔반도체 매출 대부분은 용역에서 발생한다. 2025년 3분기 기준 DDIC 용역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매출 46억3938만원 가운데 41억6000만원이 용역 매출이며, 4억8000만원은 제품 매출이다. 제품 매출은 지난해 체결한 NRE 계약의 일부가 양산 단계로 전환되거나 샘플 출하가 이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이 초기 단계여서 아직 양산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NRE 계약과 용역 매출은 향후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피엔반도체는 지난해 3건의 NRE 계약을 체결하며 용역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연간 초소형 DDIC 용역 매출은 75억9900만원으로, 2022년 71억9200만원, 2023년 32억1000만원 대비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용역 매출은 73억8000만원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RE 계약은 기업의 미래 실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계약 기간 후 양산에 돌입하면 본격적인 제품 매출이 발생하는데, 제품 매출은 NRE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사피엔반도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 NRE 계약을 체결하며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 10월 21일 58억7025만원 규모의 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백플레인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CMOS 백플레인은 디스플레이 구동 기능이 칩 형태로 내장된다.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레도스를 유일하게 양산하는 중국 JBD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사피엔반도체는 지난해 6월 21일 JBD로 추정되는 업체와 43억9000만원 규모의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은 지난 9월 30일부로 이행 완료됐다. 업계는 1차 개발 제품 납품이 마무리된 만큼 후속 과제에 대한 신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메타로 추정되는 북미 빅테크 기업과도 과제 목표 및 성능 향상에 따른 개발비 증액 계약을 갱신했다. 양사는 지난해 8월 95억1992만원 규모의 DDIC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1년 뒤인 지난 8월 이를 120억277만원으로 확대하고 계약 기간도 2026년 5월 27일에서 6월 23일로 약 한 달 연장했다.
업계는 내년부터 2세대 스마트글래스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사피엔반도체 실적도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JBD는 최근 '로드러너'라는 새로운 레도스 브랜드를 공개하며 내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드러너의 실리콘 기판 픽셀 피치는 2.5마이크로미터(㎛)로, 픽셀 피치가 미세할수록 광엔진 패키지를 줄이면서도 해상도를 높이고 소비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피엔반도체의 개발 과제 중에선 2.5마이크로미터급 DDIC가 있으며, 이중 일부는 양산 평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피엔반도체가 JBD의 독점 공급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증권은 "4마이크로미터급 DDIC는 중국 업체도 구현 가능하지만, 2.5마이크로미터급은 사피엔반도체가 유일하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이 소비 전력과 해상도를 고려해 2.5마이크로미터급 스펙을 요구하고 있어 사피엔반도체가 글로벌 레도스 칩셋의 독점 공급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80건의 출원 특허 역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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