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HBM4 12단 가격 협상 테이블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최종 단가가 얼마로 결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HBM3E 12은 단가를 낮췄지만 HBM4 12단의 경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SK하이닉스와 동일한 가격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M4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당장 단가를 낮춰 공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요 확대에 대비해 HBM4에 적용될 1c D램 캐파(생산 능력)를 내년 말까지 웨이퍼 기준 월 15만장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와 내년도 HBM4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내년 공급 계약을 끝낸 지 일주일 만에 삼성전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힌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연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HBM4의 속도 등 주요 성능이 SK하이닉스 제품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작인 HBM3E 12단은 엔비디아에 비교적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HBM4는 SK하이닉스와 동일한 단가에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체결한 HBM4 공급 가격은 약 500달러 중반대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가격이 300달러 중반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50% 이상 오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다이를 TSMC에서 생산하면서 전작 대비 총 원가가 30% 상승했지만, 이와 준하는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해 원가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양사가 비슷한 가격에 HBM4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HBM4 수요가 워낙 높아 삼성전자 물량도 비싼 가격에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단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덜 받는다고 가정해도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이번 협상테이블에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HBM3E에서 크게 벌어져 있던 가격 차이가 차세대 제품에서는 사실상 해소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3E는 SK하이닉스 대비 약 30%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확보해둔 HBM3E 물량이 인증 지연으로 출하되지 못하면서 다른 빅테크에 제품을 급하게 처리했다"며 "이러한 물량은 상당히 싸게 팔 수밖에 없어 평균 단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은 200달러 중반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요 확대에 대비해 1c D램 캐파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HBM보다 범용 D램 생산 확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수준에 머물러 있는 1c D램 캐파를 내년까지 월 15만장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앞선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 1c D램 캐파를 신규로 월 8만장 정도 확충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기존 성숙 공정 라인을 1c로 전환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내년에는 월 15만장 수준을 HBM4에 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HBM 샘플은 WD(워킹다이)→ES(엔지니어링 샘플)→CS(커스터머 샘플) 단계로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엔비디아에 ES 샘플을 전달했으며, 인증 통과 여부는 이달 중 결정된다. 승인이 이뤄지면 곧바로 양산품 형태의 샘플을 제출해야 하고, 이 절차까지 완료되면 내년 초 최종 퀄리피케이션 결과가 나오게 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최종 퀄을 통과한 뒤 곧바로 양산에 돌입하더라도, 제품 출하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의 HBM4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 역시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엔비디아의 상반기 HBM4 물량을 SK하이닉스가 독점할 것이라는 기존 구도가 흔들리고, 양사 간 격차는 한 반기에서 분기로 좁혀지게 된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양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1c D램의 HBM4 기준 수율은 50%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대 과제는 품질보다 수율"이라며 "발열 우려도 제기되지만 상당 부분 개선된 상태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 역시 발열보다 속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크게 문제 삼을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HBM4는 코어 다이에 1c D램, 로직 다이에 4나노(nm)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구조다. 경쟁사보다 선단 공정을 적용한 만큼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는 유리하지만 발열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