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며 미래 전략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상법 개정 논의와 AI 인프라 투자라는 새로운 이슈가 더해져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정책 자금이라는 유동성 공급과 소수주주 권익 강화라는 규제 환경 변화, 그리고 첨단 기술 중심의 신규 투자처 부상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시장 참여자들이 동시에 마주하며 새로운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딜사이트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PEF 제도 활성화 20주년, 이재명 정부 150조 국민성장펀드와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 한국의 M&A 시장'을 주제로 '2025 딜사이트 M&A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책 자본의 투입 방향,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권 거래의 법적 리스크 그리고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시장 동향 등 한국 자본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 150조원 국민성장펀드, '리스크 감수' 통한 미래 산업 육성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박재훈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인 계획과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 과장은 국민성장펀드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먼저 한국 경제가 첨단 산업 패권 경쟁 가속화 속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 끝에 이번 정책이 설계됐음을 밝혔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15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해 신설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 자금 75조원을 매칭해 조성된다. 자금 집행은 기업 수요에 맞춰 직접투자 15조원, 간접투자 35조원, 인프라금융 50조원, 초저리 대출 50조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박 과장은 지원 대상의 핵심 조건으로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미래산업이면서도 마중물이 필요한 기업"을 꼽았다.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수익이 당장 발생하지 않는 혁신 기술 개발 산업 등 리스크가 큰 분야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 정책성 펀드가 간접투자 위주였던 것과 달리 국민성장펀드는 직접 지분 투자, M&A 참여,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부터 벤처·중견기업의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자금 유치를 위해 은행의 위험가중치(RWA) 완화 등 '생산적 금융' 대전환도 병행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 '충실의무 확대', 경영권 거래 절차적 리스크 증가
김태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넓힌 상법 개정안의 영향을 짚었다. 기존에는 특정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주지 않으면 책임을 피할 여지가 있었으나 이제는 소수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개별 주주 한 명이라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소수주주들도 정보를 공유받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보장한 뒤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주 손해를 이유로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과거에는 성립하지 않던 주주 배임죄와의 연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판례나 학설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예로 들며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적대적 M&A나 상장폐지 거래에는 가장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고 언급했다.
국내 '비상장화(Going Private)' 전략과 관련해서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논의가 핵심 변화라고 강조하며, 대주주 지분 매각 시 소수주주의 실사 협조 요구 문제,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의 의견 표명 문제 등 새로운 쟁점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일본에서 독립위원회 승인과 외부 자문을 거치는 사례가 공시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사회의 관여 범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I 데이터센터 11조원 시장, 수도권 전력 쏠림 해소 시급
박성진·서용태 삼일PwC 파트너는 AI 대전환 시대의 핵심 투자처인 데이터센터 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728억달러(약 546조원)에서 2029년 약 6240억달러(약 914조원) 규모로 연평균 9%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8년 약 11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 동력으로는 인터넷 이용률 증가, 클라우드 사용 확대, AI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증가 등이 꼽혔다.
문제는 전력 수요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지난해 운영 중인 민간 데이터센터의 약 7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내 데이터센터의 최대 전력 수요량은 2038년 6.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전력 자립도는 서울 10.4%, 경기도 62.5%에 불과해 비수도권 분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 파트너는 비수도권은 수자원 접근이 우수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프라 조성을 위한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반영된 사례다. 또한 데이터센터 투자는 통신사업자 비중(2020~2023년 83%)이 급감하고 재무적 투자자(FI) 비율(2024~2027년 90% 예상)이 크게 오르는 투자자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서 파트너는 "그동안 데이터센터는 부동산 투자로만 인식돼 수도권에 밀집했으나 신재생 에너지 도입,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패키지로 묶어 전력 사용 난도를 극복해야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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