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부광약품이 연구개발(R&D) 전략을 전면 재편하며 차세대 성장축으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본격 육성한다. 특히 그동안 구축된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재평가하고 유망영역을 중심으로 투자·협업 구조 재정비에 나선다. 동시에 RNA 개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규 자회사도 덴마크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은 1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부광약품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콘테라파마·부광약품 공동 IR 간담회에서 "RNA 치료제는 글로벌 혁신의 중심에 있으며 콘테라파마가 확보한 RNA 플랫폼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CNS 중심 RNA 신약개발 전문 회사를 덴마크에 신속히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회장에 따르면 RNA 신설 법인은 100% 자회사인 콘테라파마와 다르게 외부 투자를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 전문성을 높이고 자금 조달 구조를 유연하게 하기 위한 결정이며, 이미 해외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 의향을 받고 있는 상태다. 필요할 경우 관계사 수준의 지분 구조까지도 열어둔다는 설명이다.
부광약품의 RNA 자회사 추진은 회사가 밝힌 첫 번째 R&D 재편 전략인 '선택과 집중'의 핵심 조치다. 회사는 지난 10여년간 확보한 해외 중심의 파이프라인과 투자 자산을 전면 재평가해 유망성이 낮은 프로젝트는 정리하고 가치가 높은 과제에는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CP012'처럼 임상 진입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개발을 가속화하고 RNA 같은 차세대 모달리티는 독립 법인 체제를 통해 성장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RNA 자회사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콘테라파마가 개발한 플랫폼이다. 토마스 세이거 콘테라파마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세 가지 플랫폼은 먼저 '어택포인트 디스커버리 플랫폼(AttackPoint Discovery Platform)'이다. RNA 처리 과정에서 조절이 필요한 지점을 찾아 다양한 신경계·희귀질환 영역에서 신규 타깃을 식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두 번째는 '올리고디스크(OligoDisc)'로 특정 타깃에 적합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를 기계학습 기반 설계를 활용해 신속하게 도출하고, 후보물질을 효율적으로 선정하는 기술이다. 세 번째 '스플라이스매트릭스(SpliceMatrix)'는 RNA 프로세싱 결함이나 조절 필요성을 평가하고 작용 효과와 용량 의존성을 검증하는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다중 타깃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기반 시스템이다.
이들 세 플랫폼은 타깃 발굴부터 올리고 설계, 기능 검증까지 RNA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체계다. 세이거 CEO는 "이 플랫폼들은 특정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콘테라파마의 RNA 기술은 최근 덴마크 룬드벡(Lundbeck)과의 공동개발 계약을 통해 외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콘테라파마는 현재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바이오텍들과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세이거 CEO는 "룬드벡은 기존에 개발하던 타깃 프로그램이 더 이상 진전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우리의 플랫폼을 적용하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며 "특히 소아 중증 신경질환처럼 미충족 수요가 절대적으로 큰 분야에서 ASO 전달과 작용 가능성을 CP012 등 데이터를 통해 입증한 점이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의 '선택과 집중'은 싱가포르 자회사 '재규어(JaguAar)'와 이스라엘 자회사 '프로텍트(Protect)'도 포함된다. 안 회장은 "내년까지 이들 기업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확장 또는 재구조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해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확대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부광약품과 OCI홀딩스가 직접·간접 투자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차세대 모달리티와 AI–바이오 기술 확보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 회장은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국내 유망기술 발굴과 바이오 펀드 조성을 통한 기술 내재화 및 차세대 성장 기반 확보"를 꼽았다.
회사는 이미 펀드 참여를 통해 국내 바이오에 대한 간접 투자(SI)를 진행 중이다. 안 회장은 ▲바이오 플랫폼 ▲CNS ▲인공지능(AI)–바이오 기술을 3대 전략 투자 타깃으로 삼고 국내 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R&D 체계를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는 "이미 투입된 비용 때문에 유지되던 프로젝트까지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해 부광약품만의 R&D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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