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롯무원(롯데+공무원)'은 롯데의 조직 문화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간 롯데의 조직문화는 튀는 것보다 평균을,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보수가 높진 않아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는 공무원 조직과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롯데가 최근에는 정반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차근차근 승진할 수 있던 연공서열제를 벗어나 성과 중심의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이젠 가만히 있으면 승진하고 월급이 오르는 일은 없을 거란 의미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전 계열사에 거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코리아세븐,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롯데멤버스 등 올해에만 4곳의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코리아세븐을 제외한 3곳 모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특히 창사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2% 증가했다. 실적이 감소하지 않았는데도 희망퇴직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롯데의 인사 혁신과 칼바람에 내부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무급제 도입을 앞두고 한 롯데 임직원은 "성과를 대체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 의문"이라며 우려와 불신을 드러냈다. 실적이 좋은 계열사여도 희망퇴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임직원들의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그런데 이 매서운 칼날은 오너가 앞에만 서면 무뎌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매년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연봉킹'으로 이름을 올린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에서 동시에 연봉을 받는 구조라 그렇다. 올 상반기에도 98억81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유통가 오너 연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작년 연말 롯데그룹의 2025년도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의 36%가 짐을 쌓는 칼바람 인사 속에서도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지 단 4년 만에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신 회장의 높은 보수와 신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롯데그룹이 겪고 있는 위기와는 무관해 보인다. 롯데그룹에 뿌리 깊이 박혀있던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강력한 '1인 지배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롯데그룹이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원인에는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있다.
훌륭한 경영자는 위기를 탓하기보단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롯데그룹은 이미 한 번의 그 기회를 놓쳤지만, 그룹의 총수는 그 책임을 면했다. 한국 특유의 오너 경영 문화에서 이는 비단 롯데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성과에 대한 더 무거운 책임감을 지게 된 것처럼 총수 일가도 이번 위기는 깊은 책임감으로 기회를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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