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교착 상황에 빠지면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회수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법정 최고 이율을 반영해 1조3028억원 규모의 회생채권을 신고한 메리츠금융은 법리적으로 담보가 충분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제약 탓에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증권·화재·캐피탈)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약 1조2166억원을 대출하고, 국내 대형마트 62개 점포를 신탁 담보로 확보했다. 담보 평가액은 2조8174억원으로, 단순 계산상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리적 판단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은 크다. 담보권 실행 과정에서 점포 정리나 폐점이 불가피해 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정치권도 고용불안과 지역상권 침체를 이유로 폐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리츠금융이 법적으로 보유한 담보권을 즉시 행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메리츠금융은 담보권 행사보다는 홈플러스의 매각 성사나 회생계획 확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매각 가능성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10월 말 진행된 공개 예비입찰에는 중소기업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두 곳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업계는 이들 기업의 자산 규모(약 10억~1600억원)와 조달 능력을 고려할 때, 법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매각이 불발될 경우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를 지속하게 된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안은 최장 2026년 9월까지 가결할 수 있어, 절차가 최소 1~2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회생이 장기화되면 메리츠금융 역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채권 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생계획에는 ▲이자 감액 또는 이자율 인하 ▲원금 일부 조정 또는 상환 순위 조정 ▲원금의 장기 분할 상환(최장 10년)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선순위 채권이라 하더라도, 담보가 실질적으로 유효하지 않거나 회생계획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일부 조건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메리츠금융은 이자 수익 감소뿐 아니라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선순위 채권이 조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 메리츠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건전성 비율과 유동성 지표에도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이 회생안에 반대하더라도, 비담보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법원이 강제로 회생안을 인가할 수 있어, 협상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담보채권자의 법적 권리가 별도로 인정되는 만큼, 실제 협상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매각 방식과 주요 이해관계자의 합의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통매각 방침을 유지할 경우 매각 가격을 크게 낮추기 어려워 거래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분리매각으로 전환하면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 우려로 노조 반발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청산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메리츠금융의 회수 손실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1조3000억원 규모의 회생채권의 운명은 홈플러스 회생 작업의 성패에 달린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안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적 사안으로 확대된 상태"라며 "청산 가능성은 낮지만, 회생이 장기화될 경우 메리츠금융의 채권 회수 일정과 이자 수익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금융과 노조·정치권·다른 채권자 간 이해관계 조정이 향후 회생 절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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