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강화를 위한 한 축으로 인공지능(AI) TV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화질 업스케일링뿐 아니라 대화형 AI를 탑재해 경쟁이 포화된 TV 시장에서 AI 기능을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AI TV 전환을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TV를 단순 디바이스에서 AI 플랫폼으로 확장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김민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최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경쟁 우위인 AI 기능을 지속 강화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매출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2026년에는 AI 기능 적용 TV 라인업과 국가를 대폭 확대해 AI TV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는 AI TV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2025년형 TV와 모니터에 AI 기반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가 적용된 모델은 마이크로 RGB, 네오(NEO) QLED, QLED, OLED, '더 프레임(The Frame)' TV와 M7·M8·M9 모니터로, 사실상 프리미엄 라인업 전반에 들어간다. 더 나아가 운영체계(OS) 업데이트를 통해 2023·2024년형 제품에도 퍼플렉시티를 탑재할 예정이다.
앞서 8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해 콘텐츠 관련 정보 제공과 일상 대화 기능을 지원했다. 또한 TV 콘텐츠 정보를 AI가 알려주는 '클릭 투 서치(Click to Search)' 기능에는 음성비서 '빅스비(Bixby)'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AI TV'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며 TV를 포함한 가전의 AI 플랫폼화를 선언했다. AI를 통한 화질·음향 개선, 실시간 자막 등 기능 향상을 넘어 TV를 'AI 홈'의 중심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포화된 TV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한 첫 단계라고 본다. TV의 교체 주기는 5~7년으로 다른 디바이스보다 길다. 게다가 TV 산업은 전형적인 제조업 구조로, 중국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캐파)은 제한적이다. TV가 플랫폼화되면 기존에 판매한 제품도 OS 업데이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음향이나 화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비자가 특별한 체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TV 판매로 얻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TV를 판 이후 플랫폼을 통해 부가 수수료를 얻는 방향으로 수익 모델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플랫폼 사업의 밸류가 더 높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TV를 포함한 가전업의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플랫폼은 무형 자산을 판매하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TV 등 가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5% 수준으로 매우 낮다"며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은 높지만 수익성이 저조한 만큼 TV를 판매한 뒤에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AI TV와 다양한 가전에 AI를 탑재하며 'AI 홈', 즉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최근 TV 시청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가족이 함께 시청하고 거실 중심에 자리한 만큼 플랫폼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선언하기보다는 질 좋은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하며 AI 연결성을 강화하는 점진적 모델로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토대로 한 AI 플랫폼 사업은 향후 서비스 이용 습관과 시청 콘텐츠 분석을 기반으로 커머스 연동 등 데이터 수익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TV 전환이 가격 인상 요인이 될 뿐 아니라 기업들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현 산업 구조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 예컨대 넷플릭스 등 OTT 기업들도 시청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듯 TV 제조사들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나 보안 문제는 늘 존재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개인 데이터를 수집·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AI TV는 영화 자막 자동 생성 등 편의 기능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비용을 자연스럽게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로선 기존 OTT에 제공하던 데이터를 어디에 제공할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TV 시장에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더 어려워지기 전에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뿐 아니라 저가 공세로 TV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쓰촨창홍전기, TCL 등은 자국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 기반의 대화형 AI 탑재 계획을 공개했다.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 지배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AI TV 시장의 핵심은 결국 플랫폼 지배력이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구글과 애플로 양분돼 있지 않냐"며 "플랫폼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먼저 시작해 앞서 있다.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한국 기업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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