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유동성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상승으로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자,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1279억원 대비 16.2%(207억원) 감소한 수치다.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가 작년 말(1059억원) 보다 소폭 증가(1.2%) 증가했지만, 전체 흐름으로 봤을 때 금융당국의 매각 권고가 일정 부분 실효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금융회사가 영업과 직접 관련 없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자금이 부동산 자산에 묶이는 것을 방지하고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채권 회수 과정에서 담보권을 실행해 일시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최근 경기 침체와 PF 부실 확대로 회수 자산이 누적되면서 비업무용 부동산이 늘었지만, 최근 들어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절반가량인 35곳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OSB저축은행이 255억원으로 가장 많고 ▲부림저축은행(133억원) ▲조흥저축은행(119억원) ▲스마트저축은행(115억원) 등도 뒤를 잇는다.
금융감독원은 수년 전부터 저축은행들에 '유휴 자산을 신속히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려왔다. 연체율 급증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비업무용 자산을 정리해 자금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비업무용 부동산 관리 행정지도'는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금감원은 분기별 공매 실시와 자체 매각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회수예상가액이 장부가를 밑돌 경우 차액만큼 손상차손을 반영하도록 회계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PF 대출 부실화 여파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급락하자,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수록 비핵심 자산 정리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대출 등 핵심 영역에 투입할 가용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행 저축은행법은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금지'만 명시돼 있을 뿐, '처분 의무' 조항이 없다. 금융위원회가 2021년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가 지연으로 무산됐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2015년 첫 행정지도 시행 이후 수차례 기한을 연장하며 사실상 권고 수준의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를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각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상당수 비업무용 부동산은 차주의 미상환으로 이미 손실이 발생한 자산으로, 장부가 대비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팔 경우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비업무용 부동산은 대부분 담보권 실행 이후 취득된 자산으로, 회계상 이미 손실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며 "시장 침체로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비업무용 부동산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관리 비용만 발생시키는 비효율 자산"이라며 "최근에는 매각가가 다소 낮더라도 현금화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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