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온라인에서 태어나 성장한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판매 채널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모바일과 플랫폼이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물리적 공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감각적·정서적 경험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주요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체험경제'의 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제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나아가 장기적 비전까지 공간에 담아내는 전략 거점으로 기능한다. 특히 최근 리테일 업계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넘어 '피지털(Phygital, Physical+Digital)' 전략으로 진화 중이다. 온라인으로 축적한 데이터와 관계망을 오프라인에서만 구현 가능한 체험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간 기획은 단순한 부동산 선택을 넘어선 브랜드 전략 의사결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사례로 본 전환의 흐름
대표적인 사례는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다. 2024년 여름 서울 북촌에 문을 연 '오프하우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축한 콘텐츠를 250평 규모의 체험형 공간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북촌이라는 입지 선택은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에 녹여내는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브랜드의 움직임도 예외는 아니다. 노르웨이 기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푸글렌(Fuglen)은 도쿄에 이어 서울을 아시아 허브로 낙점했다. 2023년 마포 상수동에 문을 연 서울 1호점은 25평 남짓의 소규모 매장이지만, '북유럽 감성'을 온전히 구현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정체성을 드러냈다. 상권 유동인구보다 스페셜티 소비 성향과 SNS 확산력을 중점적으로 분석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리끌로우(RECLOW)는 명동 한복판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업사이클링 철학을 전달하고, '체험–촬영–공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글로벌 관광객과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교차 분석한 입지 전략은 지속가능 패션의 스토리텔링을 공간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꼽힌다.
무신사와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8월, 서울 한남동에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46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는 기존 홍대·강남 등 로드샵들을 넘어, 단독 건물을 활용한 통상(通商) 전략으로 브랜드 존재감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젠틀몬스터는 국내외에서 '플래그십 공간'을 브랜드 메시지를 표현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해왔다. 예컨대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시장 같은 구성과 설치 작품을 조합해 브랜드 감성을 공간으로 풀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한 리테일 전략
플래그십 입지의 성공 여부는 '감각'이나 '운'의 영역이 아니다. 브랜드 타깃의 라이프스타일 패턴, 상권별 소비 트렌드, 임대료 대비 매출 시뮬레이션, 경쟁 브랜드 밀집도 등 복합적 데이터를 종합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점포를 소개하는 중개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입지 큐레이션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 팀장은 "플래그십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 전략과 직결되는 투자"라며 "입지 분석부터 오픈 준비까지 브랜드가 원하는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오늘의집, 푸글렌, 리끌로우를 비롯해 최근에는 글로벌 F&B, 패션, 라이프스타일 기업들도 서울 주요 상권에 전략적 거점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정윤선 팀장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단기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 생태계 구축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디지털 네이티브일수록, 이제는 오프라인에서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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