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라교역이 본업인 수산업에서 국내 선두권 기업들의 격차가 멀어지고 있다. 선박 노후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참치어군 변화 등 당면한 문제에 대한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별다른 투자를 집행하지 않으면서 자체 경쟁력을 잃고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참치 등 원어의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이 동시에 나타나며 수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자 회사는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967년 설립된 산라교역은 섬유수출 등 무역업을 이어가다 1972년부터 수산업(원양어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참치선망(어군을 둘러싼 후 그물 아래를 조아 어획하는 방식)'과 '참치연승(모릿줄에 많은 수의 낚시를 풀어뒀다 거둬들이는 방식)'사업을 영위하며 동원·사조와 함께 3대 원양어업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명태, 오징어를 잡는 트롤어업에도 나섰지만 5년 여 전 이를 매각하고 지금은 참치선망 6척, 참치연승 9척 등 15척의 참치어업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신라교역의 최근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2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94.3% 줄어든 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원양어업부문의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원양어업부문은 730억원의 매출(전년비 35.1%↓)과 4억원의 영업이익(지난해 상반기 17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신라교역의 원양어업부문이 부진한 이유는 수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기호식품으로 여겨졌던 참치캔, 참치회 소비가 줄어든 반면 참치 어획량 자체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참치캔 소매점 매출은 2020년 3877억원에서 2023년 3366억원으로 줄었다. 이와 반대로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지난해 다랑어 횟감이 22%, 통조림 참치 생산량은 14%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선박 노후화, 참치어군 변경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여러 문제점까지 도출되고 있다. 우선 선박 연령이 늘어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리비에 더해 선원 인건비와 유류세 상승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참치의 회유 경로가 변경돼 연근해에서도 참치들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대만 국적의 선박들이 기세를 부리고 있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신라교역이 수산업에 별다른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이 회사의 별도기준 CAPEX는 2022년 194억원→2023년 112억원→2024년 135억원으로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반면 해당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94억원에서 1211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투자를 멈추고 곳간만 채우고 있는 셈으로 동원산업이 대규모선단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선망선 건조(2척)에 1000억원을 투입하고 올해 1월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단행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도 신라교역의 향후 경쟁력 하락은 물론 수익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양수산부에서 연근해 소형 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수산자원관리법 등 법령으로 대형 어선의 연안 조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라교역 선대의 경우 갈수록 악화되는 대내외적 환경에 힘을 못쓰는 상황"며 "5년여 전 합작법인을 통해 영위하던 북태평양 명태 어업을 매각한 뒤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패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신라교역 관계자는 "신조선 발주 등 원양어업부문 관련 추가 투자를 계획 중에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며 "수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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