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라그룹의 승계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준형 신라그룹 회장이 90대 나이에 접어든 상황에서 올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신라홀딩스가 '장남' 박성진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승계의 마지막 단추인 지분 승계에 있어 신라홀딩스 특수관계사 '원일특강'에 주목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원일특강 보유지분이 승계작업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라그룹은 1967년 설립된 신라교역을 모태로 무역업과 수산업, 철강, 골프장 등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현재 이 그룹 신라홀딩스→신라교역→신라섬유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특수관계사로 특수강 유통·가공업체 원일특강을 두고 있다. 신라교역의 창업주는 고(故) 박성형 명예회장이나 지금은 그의 동생인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그룹의 지배구조에 변곡점이 생긴 것은 2014년이다. 당해 박 회장은 자신의 신라교역 지분 40.18%를 주당 2만7311원(총 1776억원)에 현물출자해 신라홀딩스를 설립했다. 그는 신라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며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장남 박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앞선 2000년대 불거진 창업주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승계작업에도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왔다.
사실 신라교역은 이후 10여년간 승계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박 회장이 여전히 신라홀딩스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장남인 박 부회장의 신라교역 지분은 0.63%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 회장이 만 89세(1936년생)의 나이에도 올해 3월 신라교역 정기주주총회에서 21번째 사내이사직을 연임하는 등 경영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신라그룹 승계작업이 사실상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나이가 곧 90대로 접어드는 점은 물론 신라홀딩스가 올해 박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승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박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의 단독대표를 맡은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은 신용문 부회장(원일특강·신라엔지니어링 대표) 공동대표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지원해왔다.
이에 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원일특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가 보유한 원일특강 지분(36.16%)이 승계자금 마련에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증여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라홀딩스의 지분가치(비전힐스·신라엔지니어링·신라교역·신라에스지 가치 합산)는 약 1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최고세율(50%)와 최대주주 주식과세(20%)가 적용된 증여세는 8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유력한 승계방식은 신라교역이 박 부회장의 지분을 매입해 원일특강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이다. 마침 신라교역은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742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일특강의 시가총액은 이달 14일 기준 341억원 수준이다. 특수관계사를 자회사 편입하며 경영 효율성 증대와 지배구조를 강화라는 명분도 충분한 상황이다.
여기서 관건은 박 부회장이 자신의 원일특강 지분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여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793억원과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1에 그치는 탓에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우선 상황은 긍정적인 편이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매출이 2451억원에서 3793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9.1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라그룹의 경우 박준형 회장의 나이가 90대에 접어든 만큼 더 이상 승계작업을 미룰 수는 없는 상태"라며 "신라그룹 내 지분이 거의 없는 박성진 부회장은 원일특강 보유지분을 활용해 승계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신라교역 관계자는 "박성진 부회장은 신라홀딩스에 매일 출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승계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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