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픽앤셔블(Pick and Shovel)'이란 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대에 금광업자보다 삽과 곡괭이를 파는 상인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당대의 핵심 산업을 보조할 기반 산업들 지칭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데이터·소프트웨어 인프라까지 묶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선 오스틴과 피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배후에서 픽앤셔블 전략을 구사한 스타트업들이 성장을 거듭했다. 오스틴의 엣지 인공지능(AI) 칩 팹리스 앰빅(Ambiq)은 초저전력 칩을 기반으로 성장해 지난 7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했다. 클라이너 퍼킨스, 오스틴벤처스 등 유수의 투자자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피닉스에선 파운드리·IDM·OSAT가 한 도시권에 모이면서 전력공급형 패키징 솔루션 기업 사라스 마이크로 디바이시스(Saras Micro Devices)가 2021년 문을 열었다. 이들은 고성능 AI 칩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형적인 픽앤셔블 전략이다.
이들 기업은 도시 핵심 산업의 공급망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실적을 근거로 투자금을 더 쉽게 끌어당길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오스틴·피닉스는 최근 수년간 벤처투자 유입의 확장을 경험했다.
두 도시의 사례는 벤처도시 도약을 꿈꾸는 부산에 시사점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부산시는 2030년까지 누적 2조원 규모 벤처펀드 조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민간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선 매력적인 투자처를 육성해야 한다. 항만·물류 등 기존 산업과 맞물린 픽앤셔블 스타트업 활성화는 유망 스타트업의 육성을 위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항만 운영 효율, 안전·환경 규제 대응, 설비·센서·디지털 전환 같은 현장 과제를 통해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의 첫번째 고객이 된다면 초기 매출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사라스 마이크로 디바이시스는 올 3월 미국 연방정부의 고급 패키징 프로그램(CHIPS NAPMP) 내 프로젝트를 따내며 공공과의 협업을 성장 사다리로 삼았다.
결국 자금은 검증된 투자처로 모인다. 지역 핵심 산업에서 파생된 픽앤셔블 스타트업의 층위를 두껍게 만들면, VC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투자→매출→후속투자'의 선순환이 자리 잡는다. 부산이 지금 설계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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