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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대미투자 불확실성
딜사이트 이진철 편집국장
2025.09.17 08:25:10
조지아 구금사태 충격…美시장 리스크 재평가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6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진철 편집국장]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비자 문제'로 집단 구금당한 사건은 충격을 안겼다.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국에 첨단 제조 공장을 짓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에 돌아온 대가는 다름 아닌 '정책 불확실성'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보유지분을 담보로 최대 3조원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순차입금이 23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신사업 투자금 마련을 위해 교환사채(EB)에 이어 주가수익스와프(PRS)까지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PRS는 계약 상대방인 증권사는 안정적인 이자를 챙기지만, 발행사는 만기 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떠안는다. LG 입장에서는 미국 신공장 건설 등 배터리 신사업을 위해 장기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서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내 로봇 공장 신설과 자동차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대미 투자 규모를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한화 약 36조원)로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미 당국의 이민 단속으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은 최소 2∼3개월의 건설 지연을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장건설 지연이 비용 증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향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대규모 보조금은 트럼프 2기 들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짓더라도 향후 운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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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반도체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10년간 운영하는 총비용은 한국보다 28% 비싸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공장 건설비가 애초 예상보다 47%나 뛴 25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같은 이유다. 인건비는 한국보다 턱없이 비싸면서도 숙련 노동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클린룸을 처음 본 현지 인력들이 대부분이고, 대규모 첨단 공장을 지어본 경험조차 드물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은 현장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결국 기업들은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면서 인력 교육, 인프라 구축, 대학과의 협업까지 '생태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는 협상이 아니라 압박에 가깝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을 해치는 결정은 절대 없다"며 '원칙론'을 내세웠고, 양국 간 견해차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비용 상승은 계획에 반영할 수 있지만, 정책이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환경에서는 장기 투자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본산이라 불리는 미국이 최근 행보만 놓고 보면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에 제공하던 보조금을 투자금 성격으로 전환하고, 대신 인텔 지분 10%를 넘겨받기로 했다. 엔비디아에는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해당 매출의 15%를 납부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때는 황금주(골든 셰어)를 받아 주요 의사결정권을 정부가 확보했다. 민간 기업의 자율에 맡기던 기존 자본주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미국 언론조차 "중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을 이기려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한때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사실상 토사구팽 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시장의 자율보다는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고 보조금 축소, 지분 확보, 규제 강화 등 불확실한 환경이 뒤섞인 상황이다. 미국 시장이 여전히 '기회의 땅'인지 아니면 '불확실성의 덫'인지 우리 기업들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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