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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불빛이 꺼져도 그들은 깨어 있다"
박관훈 기자
2025.10.01 07:00:20
KB국민카드 FDS팀, AI·인간 협업으로 금융사기와 24시간 사투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 깊은 밤에도 금융사기와의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초 단위로 쌓이는 카드 승인 거래 속, 작은 이상 신호 하나가 수천만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차단하며 끝내 고객을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다. KB국민카드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팀이 바로 그 최전선이다.

이달 26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만난 이동현(가명) FDS팀장은 "오늘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매일 가설을 세웁니다. 뉴스, 전날 사고 사례, 고객 반응까지 전부 연결해 생각해야 사소한 징후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딜사이트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협박 가능성 때문에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변 위협을 우려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인터뷰에 나선 이동현(가명) FDS팀장. (사진=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점수는 신호, 결론은 사람


FDS는 모든 거래에 0~999점의 위험 점수를 부여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사고 가능성이 크며, 900점을 넘으면 사실상 '사고 직전'으로 본다. 매일 아침 FDS팀은 전일 사고 현황을 점검하며 탐지 정책이 유효한지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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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장은 "점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고객의 안전을 알려주는 신호로 최종 결론은 결국 사람이 내린다"며 "몇 초의 대응이 피해를 막기도 하고, 늦으면 수천만 원이 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주간에는 본사 인력이 기획·운영과 사후 대응을 맡고, 야간과 휴일에는 외부 전문 인력이 교대로 현장을 지킨다. 이 팀장은 "금융사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며 "공백 없는 운영이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최근 기억에 남는 보이스피싱 차단 사례로 '모텔 셀프 감금'형 보이스피싱을 꼽았다. 검찰·경찰을 사칭한 범죄 조직이 피해자에게 모텔에 들어가 외부와의 연락을 끊으라고 지시한 사건이었다.


이 팀장은 "거래만 놓고 보면 정상처럼 보이지만, 숙박 결제 반복·특정 전자제품 구매·지역 간 이동이 동시에 나타나면 강력한 신호"라며 "실제로 한 고객은 정상 거래라며 버텼지만, 사례를 차근차근 설명한 끝에 사흘 만에 설득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AI가 속도를, 상담원이 방향을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맞서 FDS팀이 선택한 무기는 AI(인공지능)다. 과거 룰 기반 탐지는 알려진 패턴에 강했지만 신종 수법에 취약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B국민카드는 지난해부터 재학습 기반 AI를 도입, 사고 확정 데이터를 곧바로 반영해 과거에 없던 조합도 신속히 포착하고 있다.


이 팀장은 "만원·이만원 단위의 소액 다건 거래처럼 사람이 전부 확인하기 어려운 건 AI가 대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객의 머뭇거림, 말투 변화 같은 미세한 신호는 AI가 잡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AI가 속도를 높여준다면 상담원은 방향을 잡는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특정 고객군의 대출성 거래에 '24시간 지연 입금' 장치를 도입했다. 충동적인 송금을 하루 늦추어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게 하는 장치다. 명절 전후 '택배 사칭' 같은 계절성 위험이 높을 때는 고위험 고객군에 선제적으로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과거에는 수기로 선별하던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AI의 도움으로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경쟁은 치열해도 사기는 함께 막는다


카드사들은 상품 경쟁을 치열하게 하지만, 사기 대응과 관련해선 연대하고 있다. 사 실무진은 단체방과 분기별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사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글로벌 브랜드사도 합류해 해외 신종 수법을 빠르게 전파한다.


이 팀장은 "한 회사가 막아낸 수법은 업권 전체의 공통 방패가 돼야 한다"며 "범죄 조직이 국경을 넘나드는 만큼, 협력 없이는 대응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내 운영 원칙도 엄격하다. 신상품 출시나 앱 기능 변경 시 반드시 FDS팀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편의성이 아무리 높아도 사고 위험이 명확하면 보류하는 식이다. 이 팀장은 "보안과 편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지만, 고객 자산을 위협할 요소라면 과감히 멈추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예방 교육 역시 중요한 축이다. 이 팀장은 연령별 보이스피싱 예방법도 공개했다. 먼저 청소년층은 '꿀알바'라는 이름으로 접근하는 대리 인출·자금 전달 알바를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불법 자금 세탁의 공범이 될 수 있었다. 계좌를 빌려주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순간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된다.


20~40대 청년·성인층의 경우 검찰·경찰을 사칭한 전형적인 수법을 특히 주의하라고 했다. 메신저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링크 접속을 요구하고, 개인정보 입력을 종용한다면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카드 배송이나 수사 관련 문자는 반드시 자사 공식 앱이나 대표번호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피해 사례의 상당수가 '본인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문구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이었다.


고령층에게는 디지털 금융 기능을 스스로 제한하는 방법이 강조됐다. 은행 앱의 '금융거래 안심 차단' 기능을 활용해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고액 대출을 사전에 차단해두고, 통신사에 명의 휴대폰 신규 개통 제한을 등록하는 것도 필수다.


이 팀장은 "누군가에게 내 명의 휴대폰을 만들어주는 건 금고 열쇠를 내주는 것과 같다"며 "자녀나 지인이 부탁하더라도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협박 가능성 때문에 비공개 인터뷰에 응한 이동현(가명) FDS팀장. (사진=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FDS팀은 단순히 기술과 제도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내부적으로는 매일 축적된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차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외부적으로는 금융당국·지자체·시민단체와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 보호시설, 시니어 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이 팀장은 "한 명이 알면 최소 네 명에게 전파된다는 믿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며 "시스템보다 빠른 건 입소문이고, 결국 교육이 최고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보람은 때로 숫자보다 강렬하다. 구출된 고객이 보낸 감사 메시지, 새로운 패턴을 사흘 만에 잡아낸 뒤의 차단율 상승은 팀원들에게 가장 큰 동력이다.


주목할 점은 피싱범들도 AI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방패가 정교해질수록 창도 더 날카로워진다. 이 팀장은 "기술은 누구나 따라올 수 있으며, 결국 차이는 자세와 운영 역량, 그리고 전파와 교육에서 나온다"며 "완전한 무사고의 날은 아직 멀지만, 그날을 앞당기는 건 오늘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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