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세계그룹(이마트)와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이 공식 출범 전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JV가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역직구' 사업이 미국 정부의 소액 소포 관세 폐지, 알리바바 내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플랫폼 간 카니발리제이션 우려 등 대외적 악재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JV는 시장획정 문제에 발목을 잡히며 아직 기업결합 승인을 득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인터내셔널디지털커머스(AIDC)와의 이커머스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마트는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G마켓 지분 100%,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3000억원의 현금을 출자해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의 지분을 50%씩 나눠 가지기로 하는 골자다. 이는 실적 부진을 극복하려는 G마켓과 사업확장을 원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정이기도 하다.
양사가 JV 설립을 통해 노리는 것은 국내 셀러들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역직구' 사업으로 관측된다. G마켓에 입점한 셀러들이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건을 판매하면 이에 대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있는 추세다. 이에 이마트 역시 K-상품의 판로가 크게 넓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그랜드오푸스홀딩은 공식 출범하기도 전부터 대외적 악재를 맞이한 모습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9일부로 '소액 소포 면세' 제도를 전면 폐지한 것이 걸림돌이다. 해당 제도는 가액이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인 소포물에 한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앞선 2016년부터 운영돼왔다. 이에 향후 국내 셀러들은 금액과 상관없이 미국향 수출 제품에 15%의 관세를 물게 된다.
이번 미국 행정부의 조치는 JV의 역직구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K-컬처 이전에 가성비 측면에서 크게 조명받았다. 다만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국내 셀러들도 미국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시장의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미국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역직구액 1조7225억원 가운데 전체 20%를 차지하며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76%나 되는 핵심지역이다.
나아가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B2C 플랫폼 간 카니발리제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외에도 티몰·타오바오·라자다 등 자체 플랫폼을 통해 국내 셀러들의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들이 최근 4년간 한국 제품 판매로 거둔 매출은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강력한 내부 경쟁자를 맞이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의 공식 출범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아폴로코리아는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그랜드오푸스홀딩' 지분을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반기 내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을 득하고 공식출범해 양사 간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시장 획정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경쟁제한성을 평가하기 위해 시장의 범위를 획정하는 작업을 선행하는데 현재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오픈 마켓'과 '해외 직구' 중 어느 쪽으로 승인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당 JV의 시장이 오픈마켓으로 획정될 경우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시장 점유율은 10% 내외로 큰 문제가 없으나 해외 직구로 본다면 시장을 과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그랜드오푸스홀딩은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하지도 못한 상태다. 그 사이 테무·쉬인 등 경쟁자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속도를 붙고 있고 G마켓의 실적 부진은 깊어지고 있다. 실제 G마켓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8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98억원으로 적자 폭(2024년 2분기 영업손실 76억원)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1월 기업결합신고서를 공정위에 접수했으며 추가 필요 사항에 대해 상호 소통하며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JV 설립 이후 자세한 사업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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