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시장 확산 앞에서 존립 이유를 자문하는 기로에 섰다. 수년간 보이지 않는 중개 구조 위에서 수수료로 기반을 다져온 카드산업이 실시간 블록체인 전송이라는 새로운 흐름 앞에서 마주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카드사의 역할은 어디까지 유효한가라는 본질적 의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대 1로 연동되는 가상자산이다. 소비자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곧바로 옮겨가는 새로운 형태의 자금 흐름을 만든다. 여기서 신용카드 결제의 부가통신사업자(VAN), 결제대행(PG) 등 복잡한 중개 구조는 단순화되고, 그만큼 수수료 징수의 명분은 옅어진다. 특히 실시간 결제·정산이라는 효율성을 앞세워 기존 체계에는 없는 민첩함을 갖춘다. 카드사로서는 대체불가하다고 여겼던 주수입원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의 고민은 더 깊다. 이미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고금리 조달 부담 등으로 신음해온 국내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드는 존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감소, 수익성 압박의 와중에 발생하는 추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선불 결제에 가깝고, 국내에서는 체크카드 비중 자체가 낮다며 수익 감소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업에선 스테이블코인이 신용결제 시장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변화의 파장이 미칠 영향은 예단할 수 없다. 카드업을 분석한 신용평가사 등은 법·제도, 기술적 기반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시장 충격의 방향과 크기는 생태계 조성의 속도와 질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카드사들은 이미 생존 전략을 가동 중이다. 비자는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실험에 앞장선다. 마스터카드, 오버스톡 등은 실제 상용화 사례까지 늘리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사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며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직발행보다는 은행·핀테크 등과의 협력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의 균열, 수익 기반의 흔들림, 글로벌 혁신의 압박 등 카드업계의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변화의 시작을 위기로 볼지, 혹은 새로운 금융 생태계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와 역할을 다시 세울 계기로 삼을지 여부는 카드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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