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SNS화'라는 모험을 택했다. 이용자에게는 낯선 불편, 카카오에는 절실한 돌파구가 동시에 걸린 변화다. 이번 개편이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지, 또 하나의 무리수로 남을지는 다음 달 베일을 벗을 새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달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은 서비스의 첫 화면인 '친구' 탭을 전화번호부식 나열 구조에서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 인터페이스로 바꾸는 것이다. 2010년 출시 이래 유지돼온 기본 구조가 15년 만에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셈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앞서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단기 유행을 따르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개편을 준비해 왔다"며 "앞으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콘텐츠 발견과 탐색, 관계 기반의 소셜 기능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구 탭은 단순한 연락처 목록에서 벗어나 친구의 근황과 공유된 콘텐츠를 피드 형태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뀌고 숏폼 비디오 탭은 독점·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창작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수익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카카오톡은 지인 관계부터 느슨한 연결까지 아우르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올해 4분기 톡비즈 광고 매출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외산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층이 굳이 카카오톡에 같은 콘텐츠를 중복해 올릴 이유가 크지 않다는 점, 사생활 노출에 대한 반발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앱 체류시간이 2021년 이후 꾸준히 줄어든 점을 우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카카오톡 월평균 사용 시간은 730분으로 인스타그램(902분)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탈(脫)카톡' 현상을 막고 Z세대 이탈을 막기 위해 SNS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 특히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메신저 대체재로 쓰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내부와 외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성장 정체 국면에서 혁신 없이는 돌파구가 없다"는 목소리와 "무리한 변신이 오히려 이용자 불편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도 "전화번호부 연동으로 인해 원치 않는 관계까지 일상이 노출되는 구조는 소셜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는 2012년 '카카오스토리', 2023년 '펑' 등 인스타그램 유사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지만 소셜네트워크 전환 시도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행보는 K-AI 국가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이후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같은 대표 모델로 AI 존재감을 확고히 한 반면 카카오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며 "결국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개편을 통해 AI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고와 커머스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지만 이용자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번 변신이 '국민 메신저'의 본질을 해치지 않고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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