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인공지능(AI)이다. 3대 강국, 국가대표 선발전, 미래기획수석,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 AI가 정부 정책 곳곳에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두고 AI를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국정철학은 벤처투자에도 거름이 됐다. 벤처투자 시장을 연간 40조원 규모로 키워 AI 등 미래 신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선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AI 등 신산업 분야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춘 AI 펀드도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AI 코리아 펀드'에 1500억원을, 모태펀드는 스타트업·스케일업(AI융합/딥테크) 분야로 나눈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펀드'에 3100억원을 출자했다. 두 사업의 결성목표액은 1조원이 넘는다. 한국성장금융도 '기술혁신전문펀드'를 공고하며 반도체, 무탄소에너지, 모빌리티 등 5가지 분야에 1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AI 적용 기업을 주목적 투자 대상 중 하나로 내세웠다.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넥스트 유니콘 사업에는 대형 벤처캐피탈(VC)부터 신생 VC까지 잇따라 관심을 보였다. 스타트업 분야 AI융합은 27개 VC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딥테크에는 무려 34개사가 몰렸다. 운용사(GP) 자격을 확보하면 향후 공고될 AI 펀드 선정 확률도 높아지기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문제는 옥석 가리기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은 그렇다 쳐도 패션, 욕실 가구, 사진 편집 등 굳이 AI를 적용해 스스로 'AI 기업'이라 칭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일례로 소 얼굴을 인식해 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는 축산업도, 고인의 생전 목소리를 만드는 상조 회사도, 실밥 불량률을 검진하는 봉제업도 AI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다. 끼워 맞춰 AI 기업이라 한다면 날 수 있는 파리가 새라는 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VC는 10곳에 투자해 1곳만 대박을 터뜨려도 펀드 운용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멀티플을 높이면 돌아오는 수익이 달라지기에 출자자(LP)나 GP에도 모두 좋은 일이다. 다만 반대로 9개의 포트폴리오는 휴지 조각이라는 뜻인데 앞으로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될 'AI 기업' 투자에서 성공 타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만난 투자은행(IB)업계 대표는 AI 대전환 시대에 우려를 나타내며 "진짜 기업은 치킨게임 이후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를 연 오픈AI가 아직도 적자 늪에 빠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옥석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지원으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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