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구약성경 전도서 1장 구절이다. 요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보면 이 구절이 유독 와닿는다.
국내에 첫 ETF가 등장한 지 23년째를 맞았다. 순자산은 222조73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상장 ETF 수는 1000개를 넘겼다. 최근 1년새 순자산은 47% 넘게 불어나며 외형은 눈부시게 커졌다.
하지만 질적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자산운용사들의 ETF 상품 베끼기 관행이 판을 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어서다.
대표 사례는 양자컴퓨터 ETF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KIWOOM 미국 양자컴퓨팅'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상장 5분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될 만큼 흥행했다. 시장 반응이 뜨겁자, 석 달 만인 올해 3월 신한·한화·KB자산운용이 일제히 똑같은 콘셉트의 상품을 내놨다. 심지어 키움운용의 보수 0.49%보다 낮은 수수료로 가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금 현물 ETF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한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전유물이었다. 한투운용은 지난 2021년 'ACE KRX 금 현물'을 출시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올해 금 시세가 급등하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KRX 금 현물'을 출시하며 뒤따랐다. 총보수는 기존 상품보다 35bp(1bp=0.01%)나 낮췄다.
방산 ETF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화자산운용이 재작년 출시한 'PLUS K방산'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에 힘입어 수익률 157%를 기록했다. 높은 성과를 보이자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유사한 콘셉트의 'KODEX K방산TOP10'을 내놨다. 지수는 다르지만, 실제 편입 종목 10개 중 8개가 기존 상품과 겹쳤다. 총보수도 같은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베끼기 ETF 관행을 삼성·미래자산운용 '빅2'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점유율 1, 2위 회사가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운용사도 '울며 겨자먹기'로 비슷한 상품을 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짝퉁을 파는 후발주자는 보수가 더 저렴해 오히려 투자자에게 이득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득을 따지기 전 특별한 상품, 독창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 고민하는 양심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해야지, 똑같은 상품을 더 싸게 파는 것이 건강한 ETF 시장에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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