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금융당국이 펫보험 상품의 표준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보험사들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제도 변화에 발맞춰 상품 차별화 전략을 강화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자 하는 반면, 후발주자들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당국이 펫보험의 재가입 주기를 단축하고 보장 규모를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등 표준화 방안을 제시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3월 펫보험을 개정 출시하며 ▲재계약 주기 1년 ▲본인부담률을 30% 이상 ▲자기부담금을 최소 3만원 등 표준화 방안을 적용키로 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표준화 방안은 펫보험의 의료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과잉 진료나 부정수급 우려가 커졌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실제로 반려동물 진료 항목은 대부분 비급여로 구성돼 있고, 진료비 역시 수의사 재량에 따라 정해져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표준화 방안 적용은 손해율 안정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보장 범위 축소로 소비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는 기준에 부합하는 담보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반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관망하는 곳도 적지 않다.
펫보험 강자로 불리는 메리츠화재는 기존의 '시장 선점'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초기 손해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저변 확대를 통해 장기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험 재계약 주기 단축 등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은 있지만,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펫보험이 과거에 3~5년 단위로 계약하는 장기보험 구조였지만, 현재는 1년마다 재계약하는 일반보험 구조로 바뀌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며 "특히 고액 치료나 수술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대비 펫보험 가입률은 1% 수준에 불과해, 보장 범위 개선 등을 통해 가입 유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손해율을 낮추기보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DB손해보험 역시 가입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에만 펫보험 관련 배타적 사용권 4건을 확보하며 특약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표준화 방안을 계기로 필수 특약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DB손보 관계자는 "펫보험이 장기보험 형태로 안착하면 시장 성장 여력이 크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제도 변화 등으로 다소 위축된 상황"이라며 "표준화로 상품 차별화가 없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특약을 중심으로 개발해 타사 대비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발주자로 나선 일부 보험사들은 상품 구조가 획일화되면서 차별화 요소를 만들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정형화되면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어려워졌고, 소비자 매력도가 오히려 낮아졌다"며 "시장 초기 단계에서 소비자 기반 확대가 중요한데 그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이미 2023년 1월부터 펫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약 3년간 관련 상품을 판매했지만, 반려동물 분류 기준과 진료 장비 등 인프라 미비로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표준화 방안에도 시장 재진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펫보험에 주력하는 보험사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도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동물 질병 분류체계나 진료비 기준 등 핵심 인프라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어서, 단기간 내 소비자 유입을 확대하거나 상품을 다변화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시점에서는 펫보험 재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적극적인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겨우 1.7%에 불과하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도입될 경우 손해율 관리 부담을 줄이며 보험사들의 추가 진입 여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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