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KT&G 자회사 태아산업이 수요예측에 실패한 시설투자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통해 판상엽 제조설비를 증설했지만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KT&G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 따라 담배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태아산업의 판상엽 수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아산업은 1972년 설립된 판상엽 제조업체로 2004년 KT&G에 141억원으로 인수된 이후 완전자회사로 계열 편입됐다. 판상엽은 담뱃잎을 가공해 종이와 같은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KT&G에서 제조하는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의 주요 원재료다. 태아산업은 대전과 김천 생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KT&G에 100%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396억원의 매출과 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태아산업은 2010년대 후반부터 모기업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받았다. 실제 KT&G는 태아산업에 두 차례에 걸친 제3자 유상증자 참여로 총 1020억원(2018년 370억원, 2023년 650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KT&G의 국내 담배 매출이 2017년 1조7938억원에서 2022년 2조1252억원으로 우상향함에 따라 원활한 원재료 수급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이에 태아산업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회사는 2018년 12월 KT&G로부터 슬러리 판상엽 생산제조 및 지원설비를 309억원에 양수했다. 이어 2022년 9월 슬러리 판상엽 제조 본설비 건조기를 기존 2기에서 6기로 늘리는데 660억원을 쏟아부었다. 나아가 태아산업은 이듬해 5월에는 경상북도 김천시 KT&G 원료공장 일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하는데 15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하지만 태아산업의 결정은 수요예측 실패로 대규모 손실로 돌아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슬러리 제조설비 관련 자산 372억원 중 36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구체적으로는 손상차손에는 기계설비 136억원과 건설 중인 자산 224억원, 건물·구축물 68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는 태아산업이 대규모 투자로 증설한 신규설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의미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정부의 금연 장려정책으로 인해 내수 담배시장 수요 위축과 무관치 않다. 실제 KT&G의 국내궐련부문 매출은 2024년 1조6491억원으로 설비투자 당시보다 오히려 감소했으며 공장 가동률 2022년 71.4%에서 작년 67.1%로 4%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손상차손은 회계상 반영되면서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태아산업의 지난해 순손실은 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2023년 123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232억원으로 돌아섰고 산업은행으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차입(연이자율 3.66%)을 실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태아산업의 장부가액 역시 1177억원에서 577억원 줄어든 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태아산업이 판상엽 공급가 인상으로 현 상황을 버틸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KT&G는 태아산업으로 수급하는 판상엽(kg) 가격을 2021년 2392원→2023년 3196원→2025년 1분기 4249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국제 담뱃잎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 태아산업의 수익성을 보존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태아산업은 매출이 2021년 252억원에서 2024년 39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꾸준히 2~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KT&G는 현재 태아산업의 신규설비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현재 이 회사는 해외공장 건설 및 증설을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때 해외공장에는 판상엽 제조설비를 따로 구축하지 않고 태아산업이 생산하는 판상엽을 해외법인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생산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앞서 발생한 손상차손도 환입처리 될 것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태아산업은 미래수요 적시 대응을 위해 예비 설비를 증설한 것"이라며 "동종기업이 많지 않은 담배산업의 특성상 제조설비의 구비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아산업의 손상차손은 미래 최대생산 능력으로 가동되는 시점과 현재 가동되는 가동률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 손상은 실제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는 시점에서 환입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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