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K-방산 위상이 높아지면서 군·민항기의 정비, 성능개량 등 항공정비(MRO) 산업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고 있지만 대한항공 등 대기업의 저가 수주 공세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중소·중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항공MRO 기업들은 중소·중견 기업이 대부분으로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장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민항기 부문에선 동남아 시장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군용기 부문은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입찰 구조로 인해 중소기업이 일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대형 산불에 따른 헬기 노후화와 민항기 결함 문제도 드러나면서 원활한 부품 수급과 항공안전 강화를 위한 항공MRO 생태계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블루오션임으로 평가받는 시장임에도 산업 생태계 구축과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이 더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하는 물품 제조·구매 계약의 낙찰자 결정 시 '물품 적격심사 기준'을 적용해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고 있다. 경쟁입찰에 참여할 기업들은 입찰일 또는 통보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적격심사 자기평가서와 심사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심사항목은 ▲납품실적(배점한도 10점) ▲기술등급(20점) ▲신용등급(30점) ▲입찰가격(40점) ▲신인도(-5.0~+3.9점)로 구분된다.
문제는 납품실적과 기술에서 점수를 높게 받더라도 최저가 가격을 써 내지 않으면 가격점수를 얻지 못해 낙찰이 어렵다는 점이다. 입찰가격 점수 비중이 높아 가격을 낮게 써야 유리하지만 중소기업은 원가절감 여력이 적다. 무리한 저가 투찰 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에 이마저도 어렵다. 자본 규모가 작고 재무구조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신용등급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서 기업 신용등급을 평가 받을 경우 추가 비용 부담도 크다. 이에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최저가 가격을 써내면서 일감을 모두 쓸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MRO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군용기 정비 계약 경쟁 입찰에 참여하면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재무와 가격경쟁을 이길 수 없으니 중소기업은 마진이 낮은 일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항기 정비 사업 역시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높은 인건비로 동남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LCC 업체들의 해외 정비 비중은 2019년 62.6%에서 2023년 71.1%로 늘어났다.
이에 국내 항공MRO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항공MRO시장 규모는 2023년 939억달러(128조원)에서 2033년 1253억달러(17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2013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4조2000억원으로 68% 증가했으나 글로벌 시장 대비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은 정부의 지원정책과 세제혜택 등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MRO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국내 중소·중견 기업뿐 아니라 부품, 소재 협력업체들의 성장도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이 저가 가격경쟁으로 내몰리고 있어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공정한 평가 기준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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