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에 기업을 매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너가의 자녀가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상속세 부담 등 승계에 어려움을 겪어 매각을 결정하기도 한다. 여기에 약간은 '결'이 다른 매각도 종종 발생한다.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사모펀드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다.
일정 성장을 이뤄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이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장 단계에 맞춘 거버넌스 개편, 사업 다각화, 유통망 확대 등 하나하나가 숙제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건실하게 회사를 일군 오너라도 혼자서는 쉽지 않다. 이때 노하우와 실행력을 겸비한 파트너를 필요로 하고 사모펀드가 해결사로 등판하곤 한다.
최근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인수에 나선 SI플렉스가 대표적이다. SI플렉스는 카메라용·디스플레이용·범용 연성회로기판(FPCB)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말 연결기준 매출 7476억원, 영업이익 605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제조기업이다. 원동일 SI플렉스 대표는 80년대 중반생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중견기업으로 SI플렉스를 성장시켰다.
조 단위 매출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회사가 커지면서 경험이 적은 원 대표는 회사 운영에 버거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컸던 만큼 추가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이에 그는 본인보다는 경영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재무적투자자(FI)가 회사를 이끄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고, 웰투시에 매각을 결정했다.
특히 원 대표는 여러 후보 가운데 웰투시의 트랙레코드와 엑시트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투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11건의 바이아웃 투자 가운데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한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HSD엔진 ▲전진건설로봇 ▲윌비에스엔티 ▲모트롤 등으로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7%를 상회한다.
원 대표가 단순 엑시트가 아닌 전략적 결정으로 회사 매각을 결정한 부분은 웰투시의 투자 구조에서도 엿보인다. 원 대표가 지분 매각 후 SI플렉스에 통큰 재출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투자금액은 860억원가량으로 전체 인수금액(4300억원)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자금은 웰투시가 인수금융 없이 에쿼티로 마련할 예정으로 현재 자금조달 막바지 단계다.
웰투시의 사례는 단순 투자를 넘어 사모펀드가 국내 중소·중견기업 생태계에서의 일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비단 웰투시 뿐만 아니라 한국형 사모펀드들이 태생부터 만들어온 역할론이기도 하다.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부쩍 커진 만큼 이들이 자본시장 내에서 맡는 다양한 역할에 대한 이해도도 함께 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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