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건혁 기자]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 흐름에 국내 금융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웃도는 이자율을 제공하면서 예금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등록 등 물밑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은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만큼 은행권이 당장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데이터 플랫폼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테더가 발행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는 지난달 3.01~4.02%의 연 이자율을 지급했다. USDT를 구매해 예치하면 거래소는 이를 대출금 등으로 활용한 뒤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USDT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이 같은 예치 상품만으로도 4~5%의 보상을 주고 있다. 반면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이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최고금리는 12개월 단리 기준 2.80% 수준에 머물렀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만큼 가상자산 대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예치 및 대출 업무 등 기존 금융권의 역할을 맡는 형태가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경우 시중은행 자금 역시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하나금융연구소도 지난달 10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확대가 금융권 예금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은행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건전성 관리 등의 문제에서 은행을 중심축으로 해야 안정적"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기회인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주요 지급결제 업체들이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이에 대한 대비"라고 말했다.
국내은행들 최근 들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하나은행·토스뱅크·케이뱅크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등록했다.
하지만 당장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제 상품화나 기술 개발 등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이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고 향후 계획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 역시 아직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안 발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도입 및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을)도입하더라도 금융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해보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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