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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말래도…SK, 스물두번째 상장사 시도
배지원 기자
2025.07.02 07:10:20
SK엔무브 대신 빚 갚을 SK플라즈마 내밀어…십수조원 M&A 실패 후 자금시장 독점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1일 14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기자)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대기업 중복상장 논란 속에서도 SK그룹이 재차 기업공개(IPO) 시장을 통해 스물 두번째 계열사 상장 작업을 시작했다. 윤활기유사 SK엔무브는 계획을 철회했지만 대신에 바이오 기업인 SK플라즈마의 IPO 주관사 선정에 착수한 것이다. 현재 21개 상장사를 보유한 SK의 반복적인 상장과 주식자본시장(ECM) 및 부채자본시장(DCM) 자금조달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은 당국의 규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플라즈마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해 지난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으로부터 프레젠테이션(PT) 제안을 받았다.


이번 주관사 선정 작업은 SK엔무브가 IPO를 시도했다 철회한 직후 이뤄졌다. 규제 당국이 중복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한화그룹과 LS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계열사 상장 일정을 멈춘 상황이라 SK의 시도는 상당히 도전적으로 읽힌다는 평가다. 


SK플라즈마는 SK디스커버리 산하 혈액제제·혈장유래 의약품 기업이다. 앞서 SK는 SK바이오팜(2020년)과 SK바이오사이언스(2021년)를 상장시킨 바 있다. 두 회사는 모두 대규모 상장 거래를 통해 증시에서 상당액을 끌어다 썼다. SK바이오팜은 9593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5000억원 가량을 공모로 조달해 2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자들로부터 지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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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조 단위 자금을 가져다 썼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코로나 시기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얻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코로나 백신 1호인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했지만 개량백신을 내놓지 못해 질병관리청에 선공급 계약한 1000만 도즈가 대부분 폐기되는 굴욕을 얻은 것이다. 백신 개발의 성공은 칭찬 받을 일이지만 해외 모더나나 화이자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연구개발 능력과 생산력, 마케팅 등은 바이오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SK플라즈마 상장 시도 역시 시장에서 적잖은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룹 측은 바이오 주권을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SK의 연이은 행보가 중복상장은 물론이고 대기업의 자금시장 독과점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 SK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친 지난 5년간 5개 기업을 연속으로 증시에 올려 매년 상장사를 만드는 비범함을 보였다. 공모 시장에서만 끌어당긴 자금이 5조원이 넘는다는 지적이다. 통상의 대기업들은 유보현금을 활용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우는데 반해 SK는 자금시장 활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최근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데는 십수조원을 사실상 날렸다는 지적을 얻는 인텔 중국 낸드사업부 인수건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지주사격인 SK 주식회사는 문어발 M&A를 통해 수조원의 뭉칫돈을 실험적으로 쓰고 자회사들에 지원할 유동성을 바닥낸 지 오래다. 결국 SK는 대기업 특유의 자금시장 장악력을 활용해 국내 주식과 부채 자본시장에서 유동성을 과도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SK는 올 상반기에만 회사채 시장에서 7조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해 '재계의 한국은행'이란 오명을 얻었다. 


SK의 그룹 시가총액은 올해 6월 기준 약 300조원 수준이다. SK는 현재 21개의 상장사를 보유해 국내 대기업 중 상장사 수가 가장 많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스퀘어, SK리츠, SK D&D, SK오션플랜트 등 주요 계열사 상당수가 상장사로 편입돼 있다. 이 가운데 SK리츠는 고용을 유발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몇몇 계열사들이 거주하는 건물들이나 주유소 등 부동산 자산들을 묶어 증시에 올린 상장용 비히클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 들어 당국과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과 '중복 상장'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SK가 비판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IPO를 시도하려는 까닭은 일련의 문제 의식을 전혀 체감하지 않는 경영진과 조직의 지시에만 신경 쓰는 내부 관계자들의 관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엔무브를 철회했으니 규모가 다소 작은 SK플라즈마는 상장으로 자금을 거둬 이미 당겨쓴 재무적투자자(FI) 자금을 갚아도 될 수준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SK플라즈마의 주요 투자자인 한앤컴퍼니는 전환우선주 인수를 통해 최대 27.4%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이 거둔 상당 수익은 해외 투자가들에 귀속된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K의 SK플라즈마 상장 시도 역시 기업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조달 패턴으로 굳어진 관행적 행태"라며 "SK는 자신들의 신인도를 십분 활용해 신사업에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내밀어 자금을 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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