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MBK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롯데카드 인수합병(M&A) 시도가 아직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신속한 매각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지만 티저레터를 발송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롯데카드의 몸값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매각가를 이전 대비 낮췄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업권 환경, 롯데카드의 실적 흐름 등을 감안해 더 현실적인 가격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더해 잠재적 인수 후보군 자체가 손에 꼽힌다는 점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롯데카드 매각주관사로 UBS를 선정한 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초 국내 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자들에게 티저레터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의향을 드러내고 구체적으로 접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의 매각 시도는 2022년 6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역시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시 시장에서 언급된 롯데카드 매각가는 3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롯데카드 매각에서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몸값은 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롯데카드 매각은 지난해 리파이낸싱을 마친 만큼 올해 재개가 유력하게 전망됐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초 갑작스레 터진 홈플러스 사태가 속도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매각 희망가를 1조원가량 낮춘 것 역시 이전과 달리 매각 완료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낮은 몸값 역시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당시 컨소시엄을 통해 롯데카드 지분 79.83%(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 59.83%·우리은행 20.0%)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카드업계에선 당시 인수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가 과거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매각으로 큰 차익실현을 거둔 만큼 인수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그간 카드업황이 좋지 않았던데다 특히 롯데카드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 역시 매각가가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로 지목된다.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3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1327억원에 그치면서 업계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실적 악화는 환경 영향도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역시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의 조달비용 부담 확대의 요인이 MBK파트너스의 인수와 관련돼 있어서다.
롯데카드의 현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인데 이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9년 하향조정된 것이다. 사모펀드 대주주의 경우 다른 기업과 달리 자금지원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조달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다른 카드사보다 상대적으로 실적을 내기 힘든 구조가 이어진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매각가와 별개로 롯데카드의 인수 매력도 자체가 낮다고 진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잠재적 악성 매물"이라며 "특히 사모펀드 같은 곳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나마 남은 방법은 매각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매각가를 낮추더라도 원매자가 쉬이 나타나진 않을 수 있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 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의 사업 성장 및 시너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4대 금융지주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현상황에서는 대부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나마 하나금융지주가 내외부적 요건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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