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취임 이후 선언한 '글로벌 빅테크 도약'이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해를 원년 삼아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핵심으로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김 대표는 올해 AI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김 대표로서는 글로벌 성과 가시화와 내부 수익 구조 안정화라는 이중 과제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망설임 없는 '승부사형' CEO로 통한다. M&A(인수합병) 전문가인 김 대표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업체 한컴MDS(현 MDS테크) 매각,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문서 전문기업 클립소프트(현 한컴이노스트림),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 스페인 생체인식 기업 페이스피(FacePhi)를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한컴의 기술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 기반을 확보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안착은 김 대표 경영력의 또 다른 가늠자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발표한 6번째 주주서한에서 올해 주요 경영과제로 산업군·제품군의 AI 포트폴리오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 시장을 'AI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첫 실증 무대'로 삼고, 현지법인 브레인 재팬(Brain Japan)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컴은 브레인 재팬을 통해 '재팬 IT 위크(Japan IT Week)'에 2년 연속 참가하고, 최근에는 도쿄 키라시보 파이낸셜 그룹과 AI 시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컴이 공공 부문에서 축적한 AI 사업 경험은 일본 시장 진출의 '묘수'가 될 전망이다. 한컴은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AI 국회) 구축 1단계 사업'과 행정안전부의 '2025년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구축'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AI 솔루션을 공급하며 공공 부문 레퍼런스를 쌓았다. 한컴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보안에 민감하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높아, 공공 부문에서의 기술 신뢰를 입증한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주사 한컴위드를 통한 간접 지배와 직접 지분 보유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그룹 내 영향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컴위드는 한컴 주식 17만5239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33.32%에서 34.04%로, 의결권 기준으로는 33.11%에서 33.84%로 높였다. 주요 계약을 통해 확보한 지분과 의결권 비율도 각각 14.92%까지 확대됐다. 한컴위드는 향후 한컴 주식 2417만9744주를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며, 이는 향후 기업공개(IPO)나 대형 투자에 있어 지주사의 자율성과 전략적 운신 폭을 넓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본인도 개인적으로 한컴 지분 1.57%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인 한컴위드의 2대 주주(9.07%)이기도 하다. 여기에 특수목적법인 HCIH를 통한 간접 보유분 6.66%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그룹의 중심축을 쥔 실질 오너형 CEO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연결실적 부진은 김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로 한컴라이프케어와 기타 자회사들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올해 한컴의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72억원을 달성했으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4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당기순이익도 별도 기준으로는 142억원이지만 연결 기준은 절반에 못미치는 65억원에 그쳤다.
이는 한컴의 주요 재무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컴의 EV/EBITDA(기업가치대비 상각전이익) 지표는 2024년 기준 7배, 2025년 예상치 5.8배로, 동종 업계 평균(각각 9.0배, 8.3배)에 미치지 못한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2024년 4.1%, 2025년 13.9%로 업계 평균(2024년 12.3%, 2025년 15.2%) 대비 낮은 수준이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컴은 별도 실적은 우등생"이라며 "본업 실적 성장에는 의구심이 없으나 연결 종속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를 상쇄한다"고 평가했다.
한컴이 자회사를 포함한 전 사업영역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만큼, 올해는 김 대표에게 있어 전방위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AI 사업에서 성과를 입증하는 동시에 연결 실적에 부담을 주는 자회사들의 체질 개선까지 진두지휘해야 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앞선 주주서한에서 "연결종속사 및 투자사 중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연계성이 떨어지는 일부 종속법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조정과 관리를 단행할 것"이라며 "국내를 비롯해 해외 상장을 앞두고 있는 투자사에 대한 적극 협력을 통해 한컴의 연결 재무구조 전반의 이익 기여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컴 관계자는 "회사는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전략으로 현지 기업들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식으로도 해외 진출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매각을 타진하거나 투자 및 사업 협력 등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올해 한컴인스페이스의 드론, 한컴라이프케어의 소방 등 자회사의 사업 영역이 한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절치부심하는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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