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업황 부진 속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 온 태림포장이 올해는 원가 부담 완화를 호재 삼아 설비 효율화 등 자구 노력에 무게를 실으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태림포장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42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폭은 전년 동기 대비 156억원 축소됐다. 통상 투자활동현금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기업이 생산시설 확충 및 지분 취득 등의 활동을 확대했다고 해석한다.
투자활동현금흐름에는 사업 양수 및 자산 취득에 따른 현금유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태림포장의 사업양수도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387억원을 기록했다. 완공 공장과 생산 라인 등 건설 중인 자산 취득에 소요된 비용은 202억원에 달했다.
앞서 태림포장은 골판지 제조분야 사업 역량 증대 일환으로 농심홀딩스 율촌화학 판지사업부를 인수했다. 영업양수가 이뤄진 시기는 지난해 1월로 태림포장이 판지사업부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430억원이다.
태림포장이 본업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규모를 감안할 때 그간의 투자 행보는 공격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 추이를 비교해보면 태림포장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현금보다 약 4배 많은 금액을 투자에 쏟아 부었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태림포장은 지난 3년 간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매년 500억원 안팎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2022년과 2023년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각각 -506억원, -5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태림포장의 투자활동은 주로 건설 중인 자산 취득에 집중됐다.
주요 투자 활동으로는 율촌화학 판지사업부 인수와 함께 지난해 준공한 청원캠퍼스2 공장 준공 프로젝트가 꼽힌다. 청원캠퍼스2 공장은 2년 간의 공사를 거쳐 대지 면적 7만6000㎡·연 면적 4만340㎡ 규모로 조성됐으며 사업비로만 620억원이 투입됐다. 연간 약 1억9000만㎡ 수준의 골판지 원단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데 이는 단순 환산 시 중형 택배를 3억6500만개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준과 맞먹는다.
태림포장 투자 기조는 글로벌세아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태림포장은 2020년 태림페이퍼·태림판지와 나란히 글로벌세아에 인수됐는데 당시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핵심 축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태림포장은 글로벌세아의 두 곳 뿐인 상장 계열사 중 하나로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태림포장이 직전해까지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에 놓여 실적이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기에 앞으로 투자 성과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연결 기준 태림포장은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7154억원)도 1% 줄었는데 2년 전(784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훨씬 두드러진다.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골판지 원지가격 인상으로 인한 원재료비 상승이 지목된다.
태림포장 매출은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 제조 부문이 견인한다. 지난해 기준 해당 사업부가 태림포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내부거래 제거 전 기준)은 87% 달했다. 골판지 원지 매출 비중은 13% 수준이다. 골판지 원지 제조업은 태림포장 자회사인 동원페이퍼가 담당한다. 태림포장은 골판지 원지를 가공해 포장용 상자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태림포장은 올 들어 지난해 실적 발목을 잡았던 원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종이·골판지 등 기타 원지 및 생산자물가지수는 108.40(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7%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과 같은 생산자가 판매하는 제품의 출고가격 증감 추이를 나타낸다.
청원캠퍼스2 공장을 필두로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려 수익성 제고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태림포장 골판지 제조부문 생산역량(캐파)은 23억5865㎡로 전년 동기 대비 14% 확대됐다. 기업 입장에서 캐파가 커지면 그만큼 공장 가동률을 높여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태림포장은 현재 시화·구미·포천 등 총 9곳을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율촌화학 판지사업부 인수와 청원캠퍼스2 준공 모두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다져 미래에 대비하고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시너지 제고 효과를 노리고자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하반기 원지가 조정으로 원재료비가 상승했고 이에 따른 제품 판가 인상분이 실적에 즉시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원지가가 안정되는 동시에 전사적으로 꾸준한 물량 확보와 설비 운영 효율화 노력을 기울여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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