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차장]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 여파에 때아닌 뭇매를 맞은 곳은 롯데카드다.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과 관련, MB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둔 롯데카드가 상황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구매전용카드를 발행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ABSTB 투자자들 역시 MBK파트너스, 홈플러스와 함께 롯데카드에도 비난의 목소리를 키운다.
사실 롯데카드는 홈플러스 사태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롯데카드에 남은 것은 793억원의 부실채권이 전부다. 이대로라면 충당금 폭탄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더라도 변제 시기는 안갯속이다.
홈플러스의 부실을 의도적으로 떠안았다는 의혹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영환경 자체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2022년 이후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연체율, NPL(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업계 평균을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부실을 맡았다면 배임을 자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20년 14조5041억원이었던 롯데카드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24조2810억원으로 67.4%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20년 1307억원에서 지난해 1354억원으로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쳤다. 자산 확대에 집중했지만, 고금리 여파에 따른 조달비용 등의 비용부담 직격탄을 맞아서다. 외형성장에 따른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덩치 키우기에 집착하는 것은 롯데카드 매각가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컨소시엄을 통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22년 매각 행보에 나서면서 3조원을 롯데카드 몸값으로 책정했다. 최근 재개한 매각 작업에서도 이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업계에서도 이전부터 MBK파트너스가 매긴 3조원이라는 매각가에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다. 카드업 특유의 폐쇄성과 내부 및 핀테크와의 경쟁 심화, 향후 전망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가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각가 고수 이유를 유추할 만한 근거는 2019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매각 성공 사례가 있어서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그룹에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하면서 2조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그때처럼 카드사 강화를 노리는 금융그룹에게 제 값 이상으로 팔 수 있다고 자신했는지 모른다. 오렌지라이프 매각 때도 MBK파트너스가 원했던 당시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카드업 환경이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M&A(인수합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LG카드 합병 때도 시장 점유율은 크게 늘지 않았고 하나카드가 외환은행 신용카드사업부를 합쳤을 때는 점유율이 그대로 였다"며 "인수한다고 몸집이 무조건 커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매각 추진의 관건은 롯데카드에 대한 평가다. 통상적인 적정 매각시점(3~5년)을 넘겼을 뿐더러 업권 내 롯데카드의 위상 역시 예전보다 악화됐다. 금리인하 기조에 들어서면서 조달비용 축소 기대감이 커졌지만 당장 효과를 보긴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 여파는 롯데카드에 생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장 MBK파트너스의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초 UB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실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안정화를 꾀하는 게 급선무지만 MBK파트너스의 스탠스가 바뀔 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롯데카드의 비애는 더욱 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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