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하나증권이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신용공여를 제공한 부동산 PF 중 올해 만기 예정인 사업장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분양 수요가 충분한 지역에 위치한 만큼 사모사채 매입이나 채무 인수 등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로 제공한 PF 신용공여도 안정감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비교적 대출금 회수에 유리한 선순위 대출 신용공여 비중을 여전히 높게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모든 대주의 상환 우선순위가 동일한 동순위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가 제공한 PF 신용공여 중 올해 만기 도래하는 건수는 15건, 규모는 3846억원이다. 이 중 두건을 제외한 13건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소재 사업장의 신용공여로 집계됐다.

수도권 소재 외 사업장 중 한 건은 청주 장성지구 주택개발사업으로 시행사 HMG가 사업부지 매입을 위해 일으킨 브릿지론이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PF 신용공여 중 가장 큰 규모다. 하나증권은 15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트렌치A 중 1200억원에 대한 신용공여를 사모사채 매입확약으로 제공했다. 현재 제일건설과 시공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만큼 만기인 오는 10월 내 본PF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영그룹의 서울 초대형 개발사업이었던 브라이튼 여의도 개발사업도 분양물량 대부분을 소진하며 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여의도 대규모 주상복합 개발로 관심을 모았던 이 사업에 하나증권은 500억원을 제공했으며 사업에 대한 3순위 근질권 및 제3종 우선수익권을 제공받았다. 분양경기 침체 우려로 후분양 전환을 시도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분양예정액 5092억원 중 5083억원을 회수했다.

디엘건설이 참여한 경기도 파주 e편한세상해이리아파트의 경우 하나증권은 트렌치C·D 등 후순위 대출에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후순위 대출일수록 대출금 회수실패위험 및 채무인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일찌감치 분양 완판을 기록한 탓에 위험이 사라졌다. 올해 PF 만기 도래 사업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 덕분에 연내 회수 위험이 심화될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다.

신용공여가 유지 중인 사업장의 경우 선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것도 하나증권의 특징이다. 지난해 말까지 사모사채 매입 등 신용공여를 제공하며 보유하게 된 우발부채는 8281억원으로 나타났다. 

신규 신용공여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하나증권이 신규로 신용공여한 PF 규모는 총 9141억원으로 2023년 5957억원 대비 53.4% 증가했다. 지난 16일 기준 기존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을 제외한 신규 PF 신용공여도 1690억원으로 전년동기(84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PF 영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신규 신용공여 1조2401억원 중 선순위 대출은 3260억원, 상환우선순위가 없는 동순위 대출은 4512억원으로 전체 PF 신용공여 중 6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집계 시점과 방식, PF 분류 기준에 따라 신용공여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선순위 대출에 대한 신용공여 비중이 높아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적었던 게 신규 영업을 확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사업장 PF의 경우 본PF 전환 또는 만기연장 성공 등으로 대부분의 만기가 2026년 이후로 미뤄져 있어 대응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