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홈플러스 사태로 국회에서 현안질의가 열린 가운데 회사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 금융채권을 발행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홈플러스는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현안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이 '이례적'이고 '기습적'이란 점에서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8일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기업어음(CP)과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행한 뒤 기업회생을 신청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현안질의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질의 내내 김광일 부회장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정말 신용등급이 하락할지 몰랐냐'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발표 이후 약 3일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점과 그 직전에 CP와 전단채를 발행한 점을 두고 '공교로운 타이밍'이라며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예측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평가 등급을 'A3'에서 'A3 마이너스(-)'로 강등했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같은 날 오후 홈플러스는 신영증권을 통해 820억원의 전단채를 발행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3일만인 지난 4일 0시 3분경 온라인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금융채권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생 절차 신청 관련 변호사 선임 계약서 등을 자료로 요청하며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회생절차 (준비를 시작해) 신청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회사의 일방적 주장이고 회생 절차를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며 "회생 신청을 위해 법적 검토 등 짧게는 1~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는데 며칠 만에 준비 신청을 했다는 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회생 신청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서류나 자료가 많은 만큼 단 3일 만에 회생신청을 했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출신인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이처럼 속전속결로 회생신청을 하는 경우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법원과 홈플러스 양쪽에 회생 신청 과정을 볼 수 있게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채권 변제를 감액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생채권이 되면 채권이 전부 변제를 못 받고 상당 부분 감액이 된다"며 "보통 30%도 못 받는 경우가 많고 오랜 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을 하게 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불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부회장은 신용등급 하락은 사전에 알지 못했고 부도를 막기 위해선 기업회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 부회장은 "A3- 등급이면 기업어음 발행이 안 되고 그러면 3개월 동안 6000억원에서 7000억원 규모의 자금 상환 요구가 들어온다. 3개월 내에 부도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처럼 기업회생 신청을 하는 게 복잡하지 않고 법률 자문을 준 변호인단 측에서 참고할 수 있는 샘플 자료를 줬기 때문에 서류 준비를 빨리할 수 있었다"며 "홈플러스는 결산도 월별로 원래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결산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예비평정 결과를 듣고 같은 날 오후 전단채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선 "신평사가 공시를 하기 전까지 신용등급 결과는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의 설명에도 홈플러스의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재차 이어지자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국민이나 의원들, 전문가가 보기에 홈플러스의 설명이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비슷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언제 마련할지 수습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청문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정무위 여야 간사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국회로 부르기 위한 고발조치나 청문회, 국정감사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김 회장은 중국지사와 홍콩지사에서 회의 일정이 잡혔다는 이유로 17일 해외 출장을 떠났다. 출장을 떠나기 하루 전날 김 회장은 소상공인 정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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